아테네선 '경제 태극마크'들도 뛰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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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현대자동차는 아테네 올림픽 폐막일(29일.현지시간)에 열린 남자 마라톤대회 준비를 위해 적잖은 노력을 했다. 현대차의'싼타페'가 선수들을 이끄는 마라톤 선도 차량으로 뽑혔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의 로고가 새겨진 이 싼타페는 최첨단 무공해 전기차다. 현대차는 마라톤 경기에서 싼타페 전기차가 전 세계의 시선을 받아 자사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게 자체 평가다.

현대차는 아테네 올림픽조직위원회 후원사였다. 따라서 현대차는 에쿠스.그랜저XG.스타렉스 등 500여대를 조직위 공식 차량으로 제공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에 이어 최근 열린 유로 2004 대회에서도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그간 3조~6조2000억원의 광고 효과를 얻었다"며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아테네올림픽 기간(13~29일)에 직.간접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펼쳐 짭짤한 재미를 봤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서 대회 개막 전 성화봉송 행사를 지원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대회를 휴대전화 시장 1위 등극의 기회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말부터 아테네 베니젤로스 공항에 높이 1.8m 크기의 대형 휴대전화 조형물을 설치했다. 삼성전자의 최신형인 초소형 슬라이드 카메라폰(E800) 모형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올림픽 기간 중 공항을 출입한 세계 200여개국 약 160만명(관광객 150만명.선수단 3만명 등)에게 이 제품을 광고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또 올림픽 기간 중 1만4000여대의 휴대전화를 조직위 측에 제공해 진행요원과 귀빈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메인 경기장 출입구에는 270평 규모의 삼성 홍보관도 설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998년 일본 나가노 겨울올림픽의 후원사로 참여할 때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32억달러에 불과했으나 그동안 각종 경기의 후원사로 참여한 결과 현재는 125억달러나 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선수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자사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선수의 간접 광고효과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전을 앞두고 삼성생명 스포츠단 정승교 상무는 급히 아테네로 향했다. 삼성생명 탁구팀 소속인 유승민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유 선수는 이날 한국 탁구 사상 16년 만의 올림픽 우승으로 국민과 소속사인 삼성생명에 보답했다. 회사 측은 유 선수가 귀국한 28일엔 직원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환영행사를 열었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도 태권도.레슬링.마라톤.탁구 등 7종목을 지원해 승전보가 전해질 때마다 쾌재를 불렀다.

한편 LG전자는 이른바 '앰부시 마케팅'으로 틈새전략을 썼다.

앰부시 마케팅이란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 대회 기간에 벌이는 비공식 판촉행위를 말한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사람 눈에 잘 띄는 교통수단을 활용했다. 아테네의 피레우스항과 경기가 열리는 도시를 운항했던 대형 여객선에 자사 제품을 알리는 로고를 부착했다. 아테네 지하철의 전동차 외벽에 회사 브랜드와 제품 광고를 붙이기도 했다.

LG전자는 중국 탁구대표팀과 이라크 축구 대표팀 등 각국 선수단을 공식 후원하면서 예상 밖의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라크 축구 대표팀이 4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LG전자는 올림픽 대회가 끝나면 이라크 내 자사 광고에 축구 대표팀을 앞세우고 각종 마케팅 행사를 펼 계획이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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