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북구 환호주공아파트 千여가구 재건축 늦어 세금만 꼬박꼬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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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재건축이 늦어져 살지도 않는 아파트의 세금을 내고 이주비 이자까지 물어 피해가 큽니다." "아파트 단지가 폐허로 변해 주거환경이 엉망입니다. "

포항 최대의 재건축사업인 북구 환호동 환호주공아파트(1천4백80가구)재건축이 3년째 표류, 이주민과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

노후화된 이 아파트의 재건축이 추진된 것은 지난 94년 12월 재건축조합(조합장 崔興浦)이 설립되면서 부터.

조합은 96년 1월 대림산업측과 10평 1천3백60, 13평 1백20가구인 기존 아파트를 13~52평형 2천9백11가구로 바꿔 짓기로 계약했다.

10평 입주자는 13평, 13평 입주자는 16평의 아파트를 지분으로 주는 조건이었다. 조합은 97년 8월 포항시로부터 사업계획을 승인받았고 교통영향평가 심의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 당시 일부 입주자들이 "지분이 적다" 며 반발, 조합장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입주민들간에 내분이 불거졌다.

이 때부터 사업은 표류하기 시작, 아직까지 해결을 못보고 있다. 가처분 신청은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기각됐지만 당연히 이주가 늦어졌다.

지금도 1백54가구는 이사하지 않은 상태. 때문에 96년말 이주완료→97년 착공→99년말 입주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사업자인 대림측은 97년 11월 IMF체제가 닥치면서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시기도 놓쳐버렸다. 대림은 결국 97년말 조합운영비.이주비(2천만원 무이자.1천만원 유이자)지급을 중단했고 지난해 9월에는 계약위반을 들어 조합과 계약까지 해지해버렸다.

그동안 1천3백26가구(90%)가 이주해버린 아파트 단지는 현재 '유령이 나올 것 같은 폐허' 로 변했다. 노후화가 빨리 진행돼 안전에 문제가 생기고 청소년들의 탈선.범죄장소로도 이용되기도 한다는 지적. 포항시가 민원해소 차원에서 지난해 9월부터 주택공사의 사업참여를 건의중이지만 주공도 '사업성이 없다' 는 이유로 꺼리고 있다.

포항시가 조합측과 지분 재조정 등에 나서 보지만 여의치 않다는 것. 포항시의 요청에 의해 조합이 지난 7월부터 원래 아파트 평형대로 지분을 나누기 위한 서면동의를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동의서를 낸 입주민은 주공이 요구하는 80%에 훨씬 못미치는 8백30가구(56%)에 불과했다.

주공마저 사업자로 나서지 않으면 재건축은 더욱 늦어져 이주민들과 인근 주민들의 피해만 커질 전망이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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