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중동대로…교통안전 시설물 '전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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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왕복 10차선 중동대로는 중동신도심 진출.입 및 인천권과 김포.일산권을 서해안 고속도로로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이다.

그러나 부천시와 경찰이 이 곳에 설치한 각종 교통 시설물은 오히려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사고를 일으킬 우려를 낳고 있다.

시는 지난 4일 중1동과 상1동을 연결하는 중동대로 4거리에 사업비 6천7백만원을 투입해 교통안전섬(일명 보도섬)을 설치했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보행자의 횡단 거리를 단축하고 원활한 차량 흐름으로 교통 체증을 덜기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교통안전섬을 설치할 경우 보행자, 직진 차량, 비보호 우회전 차량을 위해 차도를 점유하지않고 보도(인도)를 절단해 보도블록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대로 4거리에 설치된 교통안전섬은 이 일대를 통과하는 운전자들에겐 심각한 교통 방해물로 등장하고 있다.

이 곳 교통안전섬은 대로 양방향 5차로를 점령해 송내지하차도와 김포 방향에서 이 차로로 직진하는 차량은 갑자기 4차로로 끼여들거나 급정거할 수밖에 없도록 설치돼 있다. 좌.우회전 차량을 제외하더라도 직진 차량만 시간당 3천5백대에 달하는 대로상에 느닷없이 1개 차로를 차지하는 교통 장애물이 생겨난 것. 인천에서 출퇴근하는 유명균(劉明均.35)씨는 "무감각한 탁상 행정 때문에 앞으로 크고 작은 차량 접촉 및 추돌 사고 등이 발생할 것이 뻔하다" 고 말했다.

심지어 경찰 관계자도 "차로를 점령한 채 교통안전섬을 설치하는 것은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사고 위험성을 높이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11일과 21일 이 곳 현장에서 끼여들기와 횡단보도 사고가 발생해 崔모(11)군 등 2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또 웬만한 고속도로보다 넓은 중동대로는 '제한속도 50㎞및 교통 소음 규제지역' 이라는 팻말이 35개나 설치돼 있다.

4천5백여만원을 투입한 이 팻말도 무용지물이다. 아파트단지 주민의 민원으로 편도 5차선 대로에 제한속도 50㎞를 지정했으나 이 속도를 지키는 차량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경기지방경찰청이 사업비 7천여만원을 들여 이 곳에 설치한 무인단속 카메라는 현재까지 작동되지않고 있다.

단속 기관 스스로 이 도로에선 '제한속도 50㎞' 규정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천시 관계자는 "도로교통안전협회와 경찰청 등 관련기관에서 지정한 지점에 교통안전섬을 설치한 것" 이라며 "교통사고 증감 여부는 추후 조사하겠다" 고 말했다.

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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