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이창호, 흑세력 깨며 장기전 발판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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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창호대 창하오(常昊), 강지성대 히코사카 나오토(彦坂直人).

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선수권대회 본선8강전이 6일 오전9시30분 인천 오림포스호텔에서 시작됐다.

첫날의 대국은 4판중 2판. 세계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의 이창호9단은 중국의 일인자 창하오9단과 정면으로 격돌했고 이번 대회에서 최대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18세의 루키 강지성3단은 일본의 강완 히코사카9단과 준결승 진출을 다투고 있다. 우승상금 2억원.

◇ 이창호9단-창하오9단 전〓돌을 가려 창하오의 흑번. 창하오는 한국의 국제대회에 여러차례 출전했으나 매번 백이 나와 초반을 어렵게 풀어갔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흑을 잡아 만만치 않은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9단이 8승1패로 전적면에서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9단은 전날 밤9시부터 방에 들어가 계속 바둑공부를 하며 마지막까지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 대국이 시작되자 창하오는 변형 중국식 포석으로 세력을 펼쳤고 이창호는 중국식의 예봉을 피해 오랜만에 삼삼을 두며 실리작전으로 나갔다.

곧이어 이9단은 흑의 세력 속으로 깊숙이 뛰어들었고 흑은 기다렸다는듯 맹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9단의 바둑은 세계 제일의 수비력을 갖추고 있지만 창하오9단 또한 수읽기와 접근전을 전문으로 하는 바둑이라서 이 첫번째 전투는 상전벽해의 대접전이 됐다.

그러나 이9단은 교묘한 사석전법으로 빵따냄을 얻어내며 귀의 실리를 내주고 흑세를 초토화시키는데 성공해서 일단 자신의 능기인 장기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 강지성3단-히코사카 나오토9단 전〓돌을 가려 히코사카의 흑번. 한국은 이날 모두 백을 들었는데 특히 이판의 두 기사는 모두 힘이 좋은 전투형의 기풍을 갖고 있어서 흑을 쥔 쪽이 더욱 유리해진다.

히코사카9단은 초반부터 판을 넓게 장악하며 발빠르게 움직이다가 특유의 맥점을 구사하며 곧장 전투를 개시했다. 강3단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 전선은 상변에서 중앙을 거쳐 우상으로 갔다가 다시 중앙으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두기사는 이번이 첫대결. 히코사카는 일본기사로는 드물게 세계를 휩쓴 한국식 힘바둑(일명 잡초류)에 밀리지 않는 힘을 갖고있으나 실리감각에는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점은 강3단도 비슷해서 이 두사람의 대결은 어느 순간 둑이 무너지듯 끝나버릴 가능성이 있다.

8강전의 나머지 두판, 조선진9단대 왕레이(王磊.중국)9단전과 김승준6단대 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일본)7단의 대결은 7일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다.

이날도 KBS1TV가 오후2시부터 생방송하고 삼성화재 인터넷(www.samsungfire.com)은 오전9시반부터 생중계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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