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어떻게 이뤄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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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5대그룹에 대한 3차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는 재벌개혁을 이뤄내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지난해 두차례의 조사를 통해 총 9백1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도 또다시 강도높은 세번째 조사를 벌인 것은 부당내부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연되고 있는 재벌의 구조조정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발동된 계좌추적권이 금융기관을 이용한 교차지원이나 우회지원 등 신종 지원행위를 적발하는데 상당한 위력을 발휘해 앞으로 재벌의 부당내부거래가 발붙일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행위에 과징금을 무겁게 매기면서 지원거래 규모와 과징금 액수가 비례하지 않은데다 상속세법상의 절차에 의해 이뤄진 거래에 대해서도 부당지원 행위로 판정함으로써 앞으로 과징금 부과 문제를 놓고 재계와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 의미〓98년 1월 이후의 행위를 대상으로 삼은 3차 조사는 지원성 거래규모나 부당지원금액.과징금 등 모든 면에서 1, 2차 조사를 뛰어넘었다.

공정위는 부당내부거래를 뿌리뽑기 위해 세금탈루 혐의에 대해 국세청에 자료를 통보하는 한편 계열회사 대출한도 초과 등 금융관련법 위반 사실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위원회에 통보해 시정토록 할 방침이다.

또 재벌들의 부당지원행위에 적극 가담한 한미은행 등 4개 은행을 '공범' 으로 간주, 법위반 사실의 신문공표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또 증여받은 비상장주식이 상장되면 주식을 팔지 않더라도 평가차익에 대해 과세토록 하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한 상태다.

◇ 부당내부거래 유형〓우선 계열 금융기관을 동원해 계열사를 지원하는 행위가 여전했다.

현대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실세금리보다 낮게 2조4천7백70억원을 현대투자신탁 증권에 대출해줬으며, 대우캐피털 등은 계열사 여신한도(자기자본의 1백%)를 초과해 ㈜대우 등 4개 계열사에 대해 위장계열사인 서울캐피털을 통해 7천3백99억원어치의 기업어음을 우회 매입했다.

특수 관계인에게 저가로 주식을 넘기는 부당지원행위도 적발됐다.

삼성SDS는 지난 2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3백21만7천주(2백30억원어치)를 발행해 이재용씨 등 6명에게 발행당시 장외거래가격(5만4천원)이나 미래가치에 의한 평가액(1만4천5백36원)보다 싼 주당 7천5백17원에 넘겨 2백25억원의 이익을 보도록 했다.

BIS 비율을 높이려는 은행들과 공모해 후순위 대출을 해주고 계열사의 사모사채를 높은 값에 매입하거나 금융기관에 자금을 예치해 이들로 하여금 계열사의 기업어음을 사도록 하는 교차지원도 새로운 유형으로 등장했다.

계열사의 유상증자시 발생한 실권주를 계열회사들이 비계열 종금사를 통해 우회매입하는 등 지원유형이나 수법도 고도화.지능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자동차 등 5개 계열사가 말레이시아에 설립한 역외 펀드의 해외채권을 2백53억원어치 매입하는 방법으로 이들 계열사를 간접 지원하는 등 부당내부거래의 범위가 국제적으로 확대되는 특징도 보였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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