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뒤 내다보고 주식·펀드 내릴 때 투자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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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신흥시장 주식의 매력은 여전히 크다. 1~2년을 내다보고 투자하라.”

영국 슈로더 본사에서 이머징마켓 주식운용을 총괄하는 앨런 콘웨이(사진) 매니저의 조언이다. 그는 13일 서울 소공동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이머징마켓 증시의 전망을 내놓았다. 그가 운용하는 ‘슈로더브릭스’ 펀드는 국내에 설정된 가장 큰 규모의 해외주식형펀드(순자산 약 6조8000억원)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몇 달 새 기관투자가들도 이머징 시장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콘웨이 매니저는 브릭스(BRICs) 4개국을 포함한 신흥국이 금융위기를 계기로 더 강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머징 시장은 선진국과 달리 애초부터 ‘신용경색’이란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회복에 3~5년이 걸리겠지만 신흥국은 회복이라는 게 필요하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내수소비의 빠른 성장 ▶건전한 정부재정 ▶낮은 가계대출 비중을 신흥국이 강하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지금은 부채비율이 높고 성장률 낮은 선진국이 오히려 ‘고위험 자산군’”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올 들어 신흥국 증시가 워낙 가파르게 오른 게 부담이다. 기업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볼 때 신흥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5배로 평균보다 약간 높은 편이다. 그가 머지않아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하지만 그 폭은 10% 정도로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콘웨이 매니저는 “엄청난 반등세 이후 시장이 약간의 조정을 받는 게 더 건강하다”며 “지금 주식·펀드를 팔기보다는 조정 때 계속 투자를 해 1~2년 뒤를 노리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장기 연금식 투자’를 권한다. 이머징 증시는 워낙 변동성이 커 타이밍을 맞추는 단기투자로 승부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5년, 10년을 보고 장기 투자하는 게 브릭스를 포함한 이머징 시장 투자법으로는 더 맞다는 것이다. 그는 “1998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0년간 선진국 증시에 투자했다면 수익은 -2%지만 이머징마켓은 143%”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나 브라질 펀드처럼 단일 국가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여러 신흥국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브릭스 4개국 중엔 아직 주가가 싼 러시아와 경제회복이 가장 빠른 중국을 가장 유망하게 봤다. ‘글로벌이머징펀드’도 운용하는 그가 올 들어 투자비중을 확대한 나라는 중국·태국·헝가리·터키, 그리고 한국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그의 조언과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주식형펀드에서 지난 9일 191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로써 지난달 10일부터 21일 연속 순유출세가 이어졌으며 통계를 집계한 2006년 6월 이후 가장 긴 연속 유출 기록이던 지난해 10월 8일~11월 4일의 20일 연속 기록을 넘어섰다. 21일간 순유출된 금액은 4401억원에 달한다. 돈이 가장 많이 빠진 펀드는 단연 올해 수익률이 좋은 브릭스 펀드들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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