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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가대표 이을용, 어둔 과거딛고 인간승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프로 최강을 자랑하는 부천 미드필드 라인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국가대표 이을용.

어두운 청년시절의 방황을 극복하고 스타로 발돋움한 이을용의 고생담이 새삼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스타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그는 한때 운동을 포기하고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일했다.

지난 93년 여름. 당시 철도청(현 한국철도) 이현창 감독은 강릉으로 전지훈련을 갔다. 이감독은 강릉상고와 연습경기 중 철도청 선수 서너명을 손쉽게 제치고 필드를 누비는 조그마한 선수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당시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을용이었다. 이미 몇몇 명문 사립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다음해 또 강릉을 찾은 이감독은 강릉상고 감독에게 이을용이 어디로 갔느냐고 물었다.

"지금 축구 안해요. 아마 제천인가 어디 나이트클럽에서 일할걸요" 라는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됐다.

비교적 여유 있는 집안에서 운동하던 이을용이 졸업 직전 갑자기 가세가 기울자 대학측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것이다.

청소년대표에 선발됐는데 다음날 다른 선수로 바뀐 적도 있었다고 한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은 이을용은 지방 모 대학에 울며겨자먹기로 입학했지만 이내 숙소를 이탈, 제천으로 갔다.

이의 자질을 아깝게 여긴 이감독은 그를 만나 다시 시작해보지 않겠느냐고 설득했고 이는 그 자리에서 이감독을 따라나섰다.

이후 이을용은 한겨울 난방도 안되는 숙소를 혼자 지키면서 뼈를 깎는 훈련으로 자신을 담금질, 팀을 전국대회 준우승까지 끌어올렸고 프로팀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오늘에 이르게 됐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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