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만 축내는 제2건국위…요란한 출발불구 활동 전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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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별 제2건국운동을 위해 추진위를 구성하고 공무원들을 배치해 놓았지만 정작 활동이 별로 없어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되고 있다.

성과를 내세울 만한 지자체 제2건국추진위는 거의 없으며 일부 지자체들은 활동이 없자 상근 직원을 줄이는 등 각 지역 제2건국추진위가 '이름값' 을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한차례의 정기총회와 두번의 상임위를 열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직자 의식개혁에 대한 표어선정과 엘리베이터 내 표어부착 등이 고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체적 계획없이 성급히 출범한 게 가장 큰 문제" 라며 "정부로부터 제도적 뒷받침이나 예산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시민단체로부터는 관 (官) 주도라는 비판부터 받아 섣불리 활동계획도 못 세우고 있다" 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제2건국추진위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두번의 회의를 열었을 뿐 별다른 활동이 없다.

창원시는 상근 직원 3명을 배치했었는데, 활동이 없자 최근 2명을 다른 부서로 배치했다.

대구시 제2건국추진위의 경우 시민단체인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 가 이미 벌이고 있는 '교통질서확립' '건강한 가정 꾸리기' '생활환경 가꾸기' 를 3대 의식개혁 추진과제로 정해 중복사업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전북도 추진위도 두차례 회의 외엔 눈에 띄는 활동을 찾아보기 힘들다.

직원도 5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도 관계자는 "올해는 기반구축을 한 것으로 만족하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충남도 추진위도 4회에 걸쳐 외부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열었을 뿐 사업추진 실적은 거의 없다.

이처럼 지역 제2건국위가 유명무실해진 것은 '의식.생활 개혁' 등 너무 막연한 내용을 추진과제로 잡아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실직자 기살리기운동 등 4대 운동으로 비교적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경기도 추진위의 조한규 사무국장 (44) 은 "전체예산 (3억9천만원) 가운데 1억5천만원이 인건비로 지출되고 나머지 대부분이 회의비 및 홍보비로 지출되면 정작 사업은 추진할 수 없다" 며 "당초 설립취지대로 활동하려면 과감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시민들은 "제2건국위가 자리를 제대로 잡으려면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과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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