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탕카'와의 만남-화정박물관서 150점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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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눈 덮힌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세계의 지붕' 티베트. 이 곳에서는 불교가 기복신앙의 성격이 강한 밀교 (密敎) 의 형태로 뿌리를 내려 현지인들의 일상 생활과 밀착돼있다.

얼마전 개최됐던 '간다라 미술대전' 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듯이 불교가 융성하면 불교미술도 따라 꽃피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불교 교리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특징인 이 곳의 불교미술, 특히 '탕카 (thangka)' 라 불리는 불교 회화를 최근 용산구 이태원에 개관한 동양미술 전문인 화정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티베트의 불화.불상.불탑.불경 등 1백50여점의 미술품이 고원의 나라 티베트의 이색적인 세계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티베트의 대표적 미술품인 탕카는 두루말이 형식으로 돼 있고, 보통 불화가 비단에 그리는 데 비해 면으로 된 천에 금가루 (金泥) 와 광물성 안료를 이용한다.

한가운데 본존불이 앉아있으며 좌우에 시종 격의 불상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일반적 구성. 홀수 폭의 탕카가 한 세트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만다라.여래.보살.나한 등 다양한 불상들의 모습이 화려한 색채와 세밀한 묘사법에 의해 품위있게 형상화돼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티베트의 불교미술은 인도.중국.네팔 등의 영향을 골고루 흡수해 국내 불교미술 연구자들에게 비교의 기회를 제공한다.

고통을 엄숙하고 신비스럽게 표현하는가 하면 꾸밈없는 수행자들의 모습을 소박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절대자의 초능력적 힘을 신비화하기도 하는 등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매끈한 곡선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불상은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접해온 전통적 불상과 달리 장식적이며, 잘록한 허리 등이 사람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

이는 8세기 토번왕국 때 티베트 최초의 본격적 사원인 삼예사를 만들면서 그 안에 들어갈 불상을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의 양식이 아닌 가신들의 자제 중 용모가 빼어난 남녀를 뽑아 모델로 썼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빛문화재단 (이사장 한광호) 이 운영하고 있는 화정박물관은 우리나라와 중국.티베트 등의 회화.조각.공예품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 8년간 박물관 개관을 준비하면서 불교 회화를 모은 '탕카의 예술' 1.2권을 이미 펴낸 바 있다.

10월 16일 오후2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티베트 불교 전문가인 다나카 기미아키 (田中公明)가 '티베트 불교미술의 특성' 이라는 주제로 강연해 일반의 이해를 돕는다. 11월 14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02 - 798 - 1954.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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