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코스닥 시총 ‘Top 20’로 본 산업지도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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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처럼 코스닥은 국내 산업지도의 거울이다. 주도 종목의 부침엔 국내 중소기업의 지형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9년 전과 유사한 쏠림 현상과 그에 따른 거품이 일어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제2의 IT 거품’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IT에서 굴뚝·바이오로=2000년 말 ▶통신 서비스 ▶IT 장비 ▶IT 서비스 등 범IT 관련 주들이 코스닥 상위 20개 중에서 15개나 됐다. 그러나 10월 9일 기준으로 시총 상위 20개 가운데 IT 관련 주는 5개에 불과하다. 2000년 이후 IT 거품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상당수가 퇴출되거나, 다른 기업의 우회상장용 발판으로 전락한 까닭이다. 2000년 말 시가총액 20위권 중 지금도 같은 순위 내에 생존해 있는 것이 5개에 불과한 것도 코스닥의 부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나마 SK브로드밴드 등 대기업 계열을 제외하면 ‘9년 장수기업’은 다음과 주성엔지니어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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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경제가 일단락된 2004년 이후 코스닥시장은 상승-쇠퇴-정체-상승을 반복하는 가운데 시총 상위 종목의 면면도 크게 바뀌었다. 2005년엔 하나투어(여행), 2006년엔 메가스터디와 크레듀 같은 교육 서비스 회사들이 출현해 두각을 나타냈다.

2007년 이후 전통 굴뚝산업의 부상도 특이하다. 현재 코스닥에는 철강·기계 업종이 5개, 화학 업체가 2개 포진해 있다. 물론 이들 업체 모두가 풍력 또는 태양광 등 그린에너지와 관련돼 있지만, 근본적인 사업 성격은 굴뚝주에 해당한다.

바이오주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주는 지난해 셀트리온과 코미팜이 시총 20위에 첫선을 보이더니 올해 들어선 차바이오엔이 상위 주자 대열에 합류했다.

◆또 다른 거품의 위험도=9일 현재 코스닥 상위 20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18조1791억원이다. 2000년 말 3조5372억원에 비해 5배가 넘는다. 코스닥 상위 업체들의 체력이 튼튼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꺼풀 벗기면 취약점이 곧 드러난다. 예컨대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로 주목을 받은 서울반도체의 시가총액은 코스닥에선 1위지만 유가증권시장으로 보면 80위권에 불과하다.

또 신재생에너지·바이오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바이오주의 경우 일부 회사는 매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IT 붐 때처럼 현재의 실적보다는 미래 가치 때문에 주가가 급등한 측면이 크다.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신재생에너지 투자 열풍 속에 관련 업체가 큰 테마를 형성하고 있지만, 아직 실력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며 “IT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교훈 삼아 사전에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야 거품 제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잉 투자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고, 자금 지원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이나 소프트웨어 업종과는 달리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은 대규모 장치 투자를 수반하기 때문에 거품 붕괴의 후유증이 크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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