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병영 독서는 국가경쟁력 향상 지름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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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팔만대장경을 완성한 1251년 10월 11일을 기준으로 매년 10월 11일이 ‘책의 날’로 기념되고 있다. 책이 무엇인가. 인터넷에는 ‘마음의 양식, 인생의 선배, 사람을 선하게 하는 것,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장치, 세상을 알 수 있는 통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 수 있게 해주는 수단, 미래를 여는 열쇠’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와 있다.

이에 발맞추는 듯이 최근 전경련이 ‘국군장병 책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군복무 중인 60만 젊은이는 우리의 미래를 이끌고 나아갈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한 손에는 총, 다른 한 손에는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우리 사회가 긍정적으로 대단하게 변화할 것 아닌가.

군인이 책을 읽으면 국가경쟁력이 상승한다. 군인의 수로 전쟁의 승패가 좌우되던 시대는 지났다. 첨단 무기가 도입되면서 신체단련과 함께 군인의 정보기술(IT) 능력, 상황판단력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이들이 복무 기간을 마치면 사회로 복귀해 경제 주체가 된다. 군에서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은 이들에게 급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전문성과 판단력을 갖춰 주고 한국을 선진국으로 이끌 수 있게 해준다.

군인이 책을 읽으면 개인의 능력이 함양된다. 인간이 갖춰야 할 세 가지 덕목인 ‘지·덕·체’ 중에서 ‘지(智)’에 치중한 주입식 교육을 받고 초·중등학교를 졸업한 젊은 세대는 군에서 ‘체(體)’에 해당하는 신체 단련을 받는다. 이와 더불어 이들이 군 생활 동안 독서를 통해 ‘덕(德)’을 키운다면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보완될 수 있다.

1999년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발족해 육군 전진부대에 전진도서관을 개관한 이래 2002년 사회 각층에서 참여한 ‘진중도서관건립 국민운동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2003년 중앙일보가 국민캠페인을 벌여 병영독서운동을 확산시키고자 했으나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우선 사서 전문성의 결여다. 대부분의 병영도서관은 담당 사서병을 두어 도서정리와 대출, 수납 등의 업무를 수행케 하고 있지만 전문사서의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전문성이 약하다. 또 지휘관의 스타일도 관련이 있다. 아직 병영도서관이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다 보니 같은 부대라도 어떤 지휘관이 임하느냐에 따라 독서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무관심이다. 군의 내부제도로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적 관심의 결여는 병영독서운동을 한층 더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독서운동이 군에서 자리 잡아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세 가지 제안을 한다. 우선 군에 사서 병과를 개설해야 한다. 정(正)사서 2급 자격을 가진 군인을 사서 장교로 뽑고 준(準)사서 자격을 가진 자를 사서특기병으로 선발하며, 장기적으로 사서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사서사령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군대 교육과정에 독서과정을 포함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독서를 통해 첨단지식과 통섭적인 지혜를 갖춘 군인을 길러냄으로써 우리 군은 현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출 수 있다. 병영독서운동을 통해 출판계는 물론 경제계·학계와의 연계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들로부터 받는 물적·재정적· 인적 도움은 제한된 국방부 예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병역의무에 부응한 군인이 병역의무를 회피한 사람보다 더 나은 미래를 가지지 못한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젊은이에게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조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이 군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군복무 기간을 보람되게 느끼도록, 군을 회피한 사람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병영독서운동과 병영도서관 제도는 그 지름길이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