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신문 1966~70] 佛 '68혁명'…드골정권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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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68년 5월 13일 파리]다니엘 콩 방디 (23)가 이끄는 프랑스 파리 낭테르 대학생 60여명이 지난 3일 학교의 남녀분리 정책에 맞서 벌인 시위는 경찰이 강경진압에 나선 뒤 오히려 파리의 전 대학으로 번져나갔다.

'학생들에게 자율권을!' '성해방!' 등의 구호를 외쳤던 낭테르대 시위대들을 경찰이 최루탄으로 진압하자 파리 시내의 다른 대학생들이 연대감을 느끼고 시위에 동참했다.

이에 파리 시내 대학당국이 모두 폐교조치를 내리자 5만여명의 학생들은 거리로 뛰쳐 나왔다.

구호도 '자본주의 정부타도' 등으로 더욱 격렬해졌으며 낮은 임금에 불만을 품고 있던 노동자들까지 파업에 돌입하는 바람에 파리는 교통과 통신이 두절되는 일대 혼란을 겪었다.

드골대통령은 학생과 노동자의 저항에 맞서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국민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해 권좌에서 물러났다.

한편 '68혁명' 으로 불리는 이 시위를 즈음해 미국.독일.이탈리아.아르헨티나.콜롬비아 등 지구촌 각지에서도 패권주의와 남녀 성차별 타파 등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잇달아 터져나와 학생들이 사회질서를 바꾸는 새로운 '세력' 으로 떠올랐다.

정명진 기자

◇ 그후… 90년대 세계정치 세대교체로

2차대전 직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성년이 되던 60년대 후반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난 '신문화운동' 은 전쟁형 의식상태에서의 탈출이라 볼 수 있다.

50년대 유행한 서부영화에 일률적으로 나타나듯 선악의 2분법으로 세상을 보고 정의의 수호를 인생의 목적으로 여기던 것과 달리 새 세대는 불가지론적.신비주의적 세계관으로 문화다원주의시대를 열었다.

기존질서의 철저한 재검토 내지 파괴가 이 운동의 주된 흐름이었다.

학생이 선생 이름을 부르고 자식이 부모의 권위를 무시하는가 하면 동거는 하되 결혼은 거부하고 마약의 힘으로 현실 밖의 새 세상을 추구하는 풍조가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특히 미국에서는 명분없는 월남전 확대로 인한 국가권위의 실추가 '정의보다 평화' 를 외친 이 움직임을 더욱 부채질했다.

미국의 히피, 유럽의 68세대가 사회의 중견층으로 자라남에 따라 구미사회의 가치관은 전면적 변화를 겪었다.

특히 냉전의 해소는 이 세대의 승리를 확정시켰다.

90년대 들어 클린턴.블레어.슈뢰더 등 이 세대 출신 지도자들이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앞당긴 것도 히피운동과 68혁명의 이념이 꺼지지 않고 변화를 쌓아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김기협 문화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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