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풍경] 인천 야구장 부근 이화찹쌀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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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미국 LPGA에서 첫 승을 올리고 금의환향한 '슈퍼땅콩' 김미현. 고된 미 프로골퍼 생활에서 가장 그리웠던 것은 '우리의 맛' 이었나 보다.

우승 인터뷰 자리에서 귀국하면 제일 하고 싶은 일로 순댓국 등 먹고 싶은 것 먹기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슈퍼땅콩' 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은 인천야구장 근처에 있는 '이화찹쌀순대 (032 - 882 - 3039)' .김미현은 김포공항에 내려 인천 할머니께 인사를 드린 뒤 곧바로 이 집을 찾아 찹쌀순대와 순댓국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찹쌀.감자.당근.들깨.양파.파와 돼지피가 어울러진 이 집의 순대 맛은 찰지면서도 순대 고유의 누린 맛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순대껍질도 비닐로 착각될 정도로 얇고 부드럽다. 크기도 한 입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다.

순대국밥은 국물 맛이 아주 특이하다. 마치 쇠고기로 맛을 낸 것처럼 담백하다. 들깨와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양념을 풀면 국물맛은 금방 고소하고 얼큰하게 바뀐다. 머리고기와 찹쌀순대도 푸짐하게 들어있어 씹는 맛도 일품이다.

이 식당이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은 지난 68년. 당시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 살길이 막막하던 장동자 (65) 할머니가 TV를 팔아 월세를 얻어 문을 열었다.

식탁 3개에 살림집까지 겸했던 가게가 이제는 번듯한 2층짜리 건물로 탈바꿈했다. 종업원 10명을 두고도 모자라 장가간 아들 내외와 시집간 딸도 매달릴 정도다.

이 집의 맛내기 비결은 장할머니의 정성. 아직도 오전4시에 일어나 손수 장을 본다. 누린 내를 없애려 돼지창자를 3번씩 뒤집어 가며 소금으로 닦고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더운 주방에서 종업원들에게 잔소리를 해가며 국밥을 말아 낸다.

순대는 대.중.소 3가지. 4명이 먹을 만한 대가 1만원. 중과 소는 각각 7천원.4천원이다. 머리고기가 곁들여지는 모듬순대는 순대값에 3천원을 더 받는다. 순대국밥은 4천원.

매주 월요일마다 휴무. 추석 (23~26일) 과 설날, 여름.겨울철에도 종업원들을 위해 3~4일 정도 쉰다. 영업시간은 오전 8시~오후 9시30분. 야구장의 낮 경기가 있는 날엔 저녁 무렵 1.2층 1백50석 자리가 가득 찬다니 피하는게 좋을 듯. 주차공간은 20대.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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