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양미술 해설서 4권 연이어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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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그림은 그냥 봐도 좋다고 하지만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그것은 뭔가 '어폐' 가 있는 말처럼 들린다.

그림을 제대로 알고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은 그 감상의 깊이가 천양지차 (天壤之差) 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화의 맛을 조목조목 풀이한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솔출판사) 이 나와 대중 독자을 파고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에는 대중과 미술의 사이를 좁혀줄 만한 미술서적 4권이 연이어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미술사조나 양식, 조형사조와 같이 어려운 이야기들만을 다룬 전문서적들로 인해 정작 대중들이 그림의 '속살' 을 감상할 기회가 드물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길 일이다.

국내 최초의 미술전문 MC 한젬마씨가 펴낸 '그림 읽어주는 여자' (명진출판.9천8백원) 는 고흐.몬드리안 작품에서부터 국내외 현대 회화와 조각 작품 까지를 독특한 관점에서 이야기 하듯 해설한 책. 서양화를 전공한 화가이기도 한 한씨는 그림에 담긴 화가의 내면을 깊이 포착하면서 보는 이들의 자잘한 일상의 감수성까지 끌어내는 재주를 바탕으로 멀게만 느껴지던 명화들을 훨씬 가깝게 끌어당긴다.

'사랑에 빠졌을 때 눈에 들어온 그림' (김성희의 '그리움' ) '인생 계획표 같은 그림' (몬드리안의 '컴포지션' ) 등 각 그림에 주제를 붙여 짤막하고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또 그림이 든 책답게 편집이 깔끔하고 색조의 조화가 무난해 한눈에 '가을에 읽을 책' 이란 느낌이 전해진다.

'한국미술사이야기' (예경.1만7천원) 와 '알고나면 한국미술박사' (편집부.가나아트.1만원) 는 한국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미술평론가 박용숙 (동덕여대) 교수가 쓴 '한국미술…' 은 고전문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에 바탕을 둔 통찰력으로 한국미술을 조명한 이야기 미술사. 삼한시대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미술지식 뿐 아니라 동서양의 설화와 전설을 동원해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 한국미술의 총체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비해 '알고나면…' 은 문답식 방법을 택해 좀 더 간결하게 기술된 책으로 김홍도.김정희에서 박수근.이중섭에 이르는 그림들을 91개의 주제로 나눠 짧은 해설과 도판으로 설명한다.

미술사가 노성두씨의 '보티첼리가 만난 호메로스' (한길아트.1만8천원) 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세계를 평면 위에 구현했던 르네상스 및 바로크 시대의 명화 24점을 통해 어떻게 신화가 일반인들에게 전해졌으며 미술 양식의 발전이 이뤄져 왔는지를 서술한다.

신화에 대한 이해와 미술사를 꿰뚫는 저자의 감각이 그대로 전해지며 화려한 도판을 보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현암사 형난옥 주간은 "이 같은 미술서적의 잇단 출간은 대중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출판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국내에는 아직 외국에 비해 이 분야의 성과물이 적은 편인 만큼 앞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예술서들은 더 다양화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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