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15. 일산 사람들 얼마나 싸게 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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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천 만수동에 사는 주부 金희숙 (31) 씨는 요즘 마음이 편치 못하다.

金씨는 지난주 말 일산에 사는 친구 집에 들렀다가 자신이 마신 칠성사이다 (1.8ℓ) 값이 9백90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 그녀는 바로 전날 똑같은 제품을 이보다 2백10원이나 비싼 1천2백원을 주고 인근 슈퍼마켓에서 사다 마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서울에서 살다가 지난해 전셋값이 싼 인천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그녀는 '인천이 일산보다 더 외곽이니까 전셋값 뿐 만 아니라 물가도 더 싸지 않겠느냐' 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지금껏 살아왔다.

그녀는 친구가 쇼핑했던 영수증에서 가격을 베껴와 그날 저녁에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똑같이 쇼핑해 보았다.

품질 등 비교가 힘든 배추.쇠고기 같은것은 빼고 설탕.우유.맥주 등 기초 상품 8개 품목을 따져 보니 이 가운데 세제 한 품목을 빼고 7개 품목에서 최고 33.5%나 비쌌다.

가계부를 쓸때마다 생활비가 서울에서 살 때보다 더 드는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이날 실제로 물가가 더 비싸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가족이 거의 매일 즐겨 먹는 신라면의 경우 일산지역 (3백32원)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한 개 당 28원이나 더 비싼 3백60원이었다.

친구가 할인점에서 구입한 것처럼 이 슈퍼마켓에서 한꺼번에 20개를 구입할 때는 5백50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또 하이트 병맥주는 일산이 한 병 (5백㎖)에 1천30원인데 인천은 5백20원이나 비싼 1천5백50원이었다.

이밖에도 소주.설탕.새우깡.우유 등도 일산에서 사는것의 7.7% 안팎 더 쌌다.

그러나 피죤 세제는 인천이 일산보다 50원 더 싸 눈길을 끌었다.

품질 차이가 커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배추.쌀.고기 등까지 따진다면 金씨의 생활비가 일산에 사는 친구보다 최소한 10% 정도는 더 든다는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할인점은 제조업체와 대량구매계약을 맺고 있는데다 물류비.인건비.광고비를 최대한 줄여 다른 유통업체보다 10% 이상 제품 가격이 싸다" 며 "할인점이 주요 유통업체로 자리잡고 있는 일산은 다른 지역보다 그만큼 물건 값이 쌀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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