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어린이 위해 6개국어 동화책 만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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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편견과 따돌림에 시달리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위해 외국 출신 부모의 모국어로 된 책이 만들어진다. 그 중심에 여원미디어의 김동휘(54·사진) 대표가 있다. 2억원이 넘는 사비를 들여 6개국어로 된 어린이책 10만 권을 제작해 다문화가정 1만 세대에 무료배포할 계획인 김 대표를 11일 만났다.

-어떤 계기로 이 사업에 착안했는지.

“지난해 여름 고향인 전남 해남에 갔더니 놀랄 정도로 다문화가정이 많아졌더라. 제대로 된 지원이 없어 아이들이 학업 포기에 사회 부적응 등 어려움을 겪는 걸 보고 뭔가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책을 부모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의 자녀 교육을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큰 문제가 될 거란다. 몇몇 군(郡)에선 국제결혼 비중이 이미 40%에 이르렀다는 기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책 선정은 어떻게 했나.

“다문화가정은 부모 한쪽이 우리 문화를 제대로 모르니 그 자녀들마저 우리 문화를 깊이 있게 알기 어렵고 그것이 따돌림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고유문화를 잘 알릴 수 있는 책을 골랐다.”

이 과정에서 중학교 은사인 박태석(66) 선생과 김재희(51) 서울예술대학 겸임교수가 큰 도움이 됐다. 이들은 김대표를 도와 1년 가까이 실태 파악과 책 선정 등을 진행했다. 이렇게 해서 ‘탄탄 우리 옛이야기’와 ‘탄탄 우리문화’ 시리즈 중『흥부놀부』『호랑이와 곶감』『단군신화』『용이와 추석』 등 ‘다모책(다문화가정 어린이가 모국어로 함께 읽는 책)’ 첫 10종이 탄생한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종이값 등 제작 원가만 1억5000만원 정도 들어가지만 누군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주저할 수 없었다. 마침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이 뜻깊은 일이라며 번역료를 지원해 주기로 해 짐을 덜었다.”

다문화가정 중 비중이 가장 높은 베트남어 책 1만5000권을 비롯해 영어·태국어·몽골어·인도네시아어·러시아어로 된 책은 번역이 끝나는 대로 제작에 들어가 내년 3월부터 형편이 어려운 가정부터 10권씩 나눠줄 예정이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다문화가정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기에 우리사회가 이들을 포용하고 도와야 한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문화와 언어 장벽으로 힘겨워하는 그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 읽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한 ‘배려’가 있을까. 김 대표는 뜻 있는 이들의 참여로 이 사업이 2차, 3차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글=김성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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