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 249억 비자금 어디에 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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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삼부파이낸스 양재혁 (梁在爀) 회장이 12일 검찰에 구속됨에 따라 그가 조성한 '의문의 비자금' 이 관심을 끌고 있다.

梁회장이 96년부터 삼부파이낸스 등을 통해 빼돌린 비자금은 총 7백96억원. 그는 서울 강남에 별도 사무실을 개설해 비자금을 보관.관리해왔고 비 (비) 장부를 압수함으로써 전모가 쉽게 드러났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비자금의 가장 큰 사용처는 회사 설립용이었다.

梁회장은 모두 4백57억원을 들여 한결파이낸스. 삼부파이낸스 건설. 삼부엔터테인먼트. 삼부벤처캐피탈 등을 설립, 몸집을 불려 나갔다.

그는 또 올 2월 서울 방배동의 1백10평짜리 빌라를 10억원에 매입하는 등 6개 부동산을 사들이는데 86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그는 한 미인대회 입상자와 동거하다 또다른 입상자와의 관계가 드러나자 고소 무마용으로 4억5천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문제는 그가 개인활동비 및 생활비 명목으로 사용했다는 2백49억원. 검찰은 그가 安모씨에게 3억원을 대출해 주는 등 약 2백50여회에 걸쳐 이 돈을 횡령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 발표를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호화스런 생활을 한다 해도 3년이 채 안되는 사이에 2백49억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동산 매입 등 자금의 큰 사용처는 제외된 액수다.

이 때문에 여러 분석들이 나온다.

삼부파이낸스가 짧은 시기에 급성장한 배경엔 외부의 도움, 즉 정치권 등의 비호가 있었고 확인 안된 비자금도 이를 위해 사용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또 梁회장의 비자금 유용이 2백50회라고 횟수까지 특정했다.

그래서 검찰이 비자금 장부를 압수해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파악하고도 파장을 고려해 일단 덮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삼부파이낸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자금 2백49억원에 대한 명백한 해명이 없는 한 의혹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을 전망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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