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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철도백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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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행이 고통에서 즐거움으로 바뀐 것은 교통수단의 발달 덕분이다.

19세기에 기차가 발명돼 철도여행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1825년 영국의 스톡턴과 달링턴 사이에 철도가 부설된 것을 효시로 4년후 리버풀~맨체스터간 철도영업이 시작됐다.

아시아에선 1853년 인도에 처음 철도가 놓였고, 이어서 1872년 일본에 철도가 도입됐다.

우리나라에선 1899년 노량진~제물포간 경인선이 개통됨으로써 철도시대가 열렸다.

경인선은 원래 미국인 J R 모스가 부설권을 따냈으나 자금난을 겪자 일본이 인수해 공사를 마쳤다.

일본은 경부선 (1905).경의선 (1906).호남선과 경원선 (1914) 을 잇따라 개통시켰다.

철도는 일제의 식민지 경영이라는 정치.경제적 목적과 대륙침략이라는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다.

해방 당시 한반도 전체 철도 길이는 6천3백26㎞, 남한만은 2천6백42㎞였다.

현재 우리나라 철도 길이는 3천92㎞다.

광복후 반세기 넘게 지나도록 4백50㎞밖에 늘지 않았다.

60년대 이후 고속도로가 각광을 받으면서 철도는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국토개발계획 우선순위에서 철도는 한참 밀려 있었다.

철도운영은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서비스는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승객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러나 철도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대기오염과 도로의 포화상태로 자동차는 교통수단으로서 매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전기로 움직이는 철도는 환경친화적이며 교통체증이 없다.

또 시속 3백60㎞ 초고속열차의 등장으로 비행기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철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철도 르네상스' 가 시작된 것이다.

철도가 인기있는 또 다른 이유는 낭만적 교통수단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수년전부터 '테마 관광열차' 가 인기를 끌고 있다.

벚꽃열차를 시작으로 신혼열차.젓갈열차.단풍열차.온천열차 등 40여개 테마열차가 등장했다.

이 가운데 TV드라마 '모래시계' 로 일약 관광명소가 된 강원도 정동진행 (行) 해돋이열차와 '철도 역사상 최대의 히트' 라는 겨울철 눈꽃 순환열차가 들어 있다.

오는 18일은 우리나라에서 철마가 달리기 시작한 지 꼭 1백년 되는 날이다.

오는 2001년 민영화, 2004년 경부고속철도 개통, 그리고 통일에 대비한 남북철도망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 철도가 맞을 새로운 백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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