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한냉 심기섭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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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직원수를 줄이려는 구조조정 계획에 반대하는 노조원들에게 자신의 신임을 물은 공기업 사장. 농림부 산하 농수산물유통공사가 1백%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 ㈜한냉의 심기섭 (沈基燮.51)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저 자신 지난해 갑자기 부사장으로 온 교포출신 낙하산 경영인임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독과점 형태인 공기업의 문제점을 현장에서 보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조차 못하는 게 안타까왔습니다. "

돼지고기 수출과 쇠고기 판매가 주업무인 한냉은 IMF사태의 여파 등으로 지난해 2백74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도 55억원의 적자가 예상됐다.

沈사장은 흑자전환을 위해 창사 31주년 기념일인 지난 6월30일 조직정비와 인원감축을 골자로 한 자체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자신의 올해 급여는 반납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공기업개혁 지침에 맞춰 이미 1백94명의 직원을 줄인데다 정부의 새로운 요구도 없는 터에 추가로 1백10여명을 줄이자는 沈사장의 제안에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고 파업을 결의했다.

쟁의조정기간이 끝난 지난 1일 沈사장은 타협안을 내고 자신의 신임 여부를 조합원 투표로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고 4일 90%의 지지율로 재신임을 받았다.

이에 따라 회사는 올해안에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 대신, 노조는 8% 임금인상안을 철회한 데 이어 올해 회사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 작년 수준으로 동결된 급여의 일부를 자진 반납해 회사 살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沈사장의 경력은 이채롭다. 70년대초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에서 인권운동을 하면서 현 정부 인사들을 알게 됐다. 지난 93년 미국인으로부터 육류도매업체를 인수, 운영하다가 金대통령 취임식 때 초청을 받아 귀국했다.

그 때 고국에서 경험을 살려보라는 주위의 권유로 98년 4월 한냉 부사장으로 들어왔고 지난 3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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