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세계 호령한 ‘제국’들 뒤엔 금이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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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국의 파워가 예전 같지 않으면서 달러화에 대한 믿음도 흔들립니다.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에 의문이 생기면서 산유국과 몇몇 강대국이 원유가 결제대 달러를 받지 말자는 비밀논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입니다. 반사적으로 금(金)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교환수단으로, 투자대상으로 흔들림 없는 가치를 지녀 새삼 각광받는 금(金)을 다룬 책을 소개합니다.

금을 정색하고 다룬 책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4월 출간된 『골드-과거 그리고 미래의 화폐』(네이선 루이스 지음, 이은주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608쪽, 2만8000원)다.

지은이는 실무경험이 있는 경제저널리스트로, 화폐의 유형· 미국 화폐의 역사· 세계통화 위기 3부로 나눠 화폐로서의 ‘금’을 분석했다. 기원전 7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금을 중심으로 인류의 금융통화 시스템을 고찰했는데 쉬우면서도 알차다.

주목할 만한 주장 하나. 세계사를 살피면 고대 그리스· 로마, 대영제국, ‘팍스 아메리카나’가 거론됐던 미국은 금본위제에 기대어 국제무대의 주역으로 행세했단다. 금 보유량에 비례해 화폐를 발행하는 금본위제는 안정된 통화가치, 낮은 금리, 인플레이션 걱정이 없는 실물경제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경제에 위기감을 조성했던 국제 금융위기도 각국이 멀쩡히 작동하던 금본위제를 포기한 탓이라 주장한다. 이에 따라 1998년 동아시아를 휩쓸었던 외환위기에 대한 IMF의 처방도 잘못됐다고 한다. 당시 한국 등은 경제 위기가 아니라 통화 위기를 겪던 참이었으므로 화폐 발행량을 줄여 돈값을 올리면 헤어나올 수 있었는데 고금리· 증세란 ‘과잉 처방’으로 고통을 주었다는 얘기다.

이 책이 교환수단으로서의 금에 주목했다면 『금, 원자재 투자 그리고 인플레이션』(이동엽 지음, 푸른나무, 152쪽, 1만8000원)은 투자대상으로서 금의 가치를 알려주는 책이다. 경제전문가인 지은이는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국제적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장 유망한 투자상품은 원자재, 그중에서도 금· 농산물· 석유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금을 비롯한 원자재 투자에 대한 전망은 물론 투자 방법과 국내 투자상품을 꼼꼼히 소개했다.

지은이에 따르면 국제 금융위기 이후 일부 중앙은행들마저 금 투자를 주목하고 있다니 여유있는 투자가라면 일단 이 책을 일독할 만하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그에 연동된 원화 가치가 요동쳐도 금의 가치는 안정적이라니 말이다.

이에 앞서 금에 관한 전반적 지식을 얻고 싶다면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금(金)』(김신 지음, 한국학술정보, 187쪽, 1만원)을 읽을 만하다. 경영학 박사인 지은이가 일찌기 금 투자시대가 열릴 것을 전망해 금의 생산·유통과정과 용도, 한국과 금의 역사를 포함해 금에 관한 전반적 사항을 안내한다. ‘조선의 골드러시’ 등 앞의 책들보다는 이야기거리가 풍부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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