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의원 사퇴까지] YS-서석재 관계 '닮은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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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6일 세풍과는 거리를 두었다.

검찰의 수사 발표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전날 TV에 나가 세풍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스럽다" 고 사과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李총재의 침묵에는 "서상목 의원의 의원직 사퇴에 대한 아픔이 깔려있다" 고 한 당직자가 전했다.

李총재는 지난해 8월 31일 당총재로 복귀한 이후 세풍에 시달려왔다.

공교롭게도 세풍 (검찰수사 착수 발표) 은 그날 밤 터졌다.

특히 검찰이 세풍의 핵심으로 지목한 徐의원의 처리와 대우를 놓고 고심했다.

세풍이 장기화되면서 비주류는 물론 李총재 측근 일부에서 "서상목 희생양론" 을 제기했다.

"徐의원선에서 사건을 빨리 끝내야 李총재가 세풍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는 건의였다.

이런 제안에 李총재는 손을 내저었다.

믿음직한 참모가 부족한 李총재로서는 徐의원의 정치권 퇴장이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89년 동해 보궐선거 때 당시 김영삼 총재가 이끈 통일민주당의 서석재 (徐錫宰) 총장이 후보매수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속됐던 것이나, 권노갑 (權魯甲) 국민회의 부총재가 한보사건 (97년) 으로 구속된 것과 비교되곤 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초 소속의원 20여명이 세풍자금을 개인적으로 챙겼다는 유용설이 흘러나오자 徐의원과 李총재에 대한 압박은 거세졌다.

당내에선 "徐의원이 의원직에 집착한다" "李총재 주변엔 장세동 (張世東) 과 같은 충신이 없다" "徐의원이 검찰조사 내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李총재가 격노했다" 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결국 이런 분위기 속에서 李총재는 徐의원의 의원직 포기쪽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李총재는 徐의원과 두차례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18일 李총재의 벤처기업 방문 때와 지난주 총재실에서의 독대 (獨對) 때다.

李총재의 한 측근은 "지난주 徐의원은 살신성인 (殺身成仁) 결심을 李총재에게 전달했고, 李총재는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 고 전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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