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제 하이라이트] 日나비극단 '호기우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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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연극인들의 큰 잔치 서울연극제가 지난 1일 개막했다. 다음달 17일까지 대학로와 청담동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 연극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작품을 해외초청작품 '호기우타' 를 시작으로 매주 1편씩 소개한다.

7~8일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일 일본극단 프로젝트 나비의 '호기우타' (壽歌.축복의 노래) 는 극작가이며 연출가인 기타무라 소 (北村 想) 의 대표작이다. 02 - 3673 - 2561.

기타무라 소가 20대 때인 지난 79년 나가노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일본 전후시대의 스산한 시대상을 그린 대표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타무라 소는 주로 나가노를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이 작품은 도쿄 등 일본전역에서 공연될 만큼 일본 연극계에 큰 반향을 불렀다.

일부 평론가는 이 작품을 분기점으로 일본 현대극의 전후를 나눈다. 또 지난 94년에는 시어터아트지가 선정한 '전후 일본 희곡 베스트 10' 의 3위에 오르는 등 일본인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었다.

3명의 배우만 등장하는 이 작품은 특정한 시대배경 없이 그저 핵전쟁 후의 폐허를 무대로 하고 있다.

리어카를 끌면서 간사이 지방을 유랑하는 두 남녀 케사쿠 (나카하라 가즈히로 분) 와 쿄코 (가하시 카코) 는 어느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던 야스오 (히사가와 노리아키) 를 만난다.

이들은 외로움과 적적함을 일본 전통의 만담과 노래 등 유희로 풀어낸다.

결국 야스오는 자신을 그리스도라고 밝히고 그들 곁을 떠난다.

야스오가 떠난 케사쿠와 쿄코 앞에 핵전쟁 이후의 빙하기를 상징하는 눈이 내린다.

80년대 일본연극의 전형을 제시했다는 평에 걸맞게 이 작품 이후에 폐허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이 등장했다.

'호기우타' 이후에야 비로소 일본 전쟁문학의 무대화가 활발하게 논의된 셈이다.

이번 공연은 절망적인 상황을 우화적으로 표현해온 기타무라 소의 작품세계를 한국 무대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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