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차를 헌차로 만드는 카센터 '부품 바꿔치기' 활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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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회사원 李모 (29.여.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씨는 보름전 큰맘 먹고 구입한 승용차가 지난 4일 집앞 도로에서 갑자기 멈춰서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화가 난 李씨는 자동차회사의 서비스센터에 찾아가 점검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 결과 발전기 (얼터네이터) 부품이 불량 재생품으로 바뀐 사실이 드러났다.

전날 오일교환을 위해 들렀던 카센터에서 부품을 바꿔치기한 것이다.

최근 일부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고객이 맡긴 새 차의 부품을 중고 재생품으로 몰래 갈아끼우는 악덕 상혼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히 안전 운전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 바꿔치기돼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커 주의가 요망된다.

악덕업자들은 오일교환 등 간단한 문제로 카센터에 들른 새 차의 발전기나 크랭크축, 심지어 타이어와 오일필터까지 새 부품을 빼낸 뒤 중고 재생품으로 바꿔넣고 있다.

고객들이 새 것과 중고품을 구분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을 하는 趙모 (51.서울 강남구 도곡동) 씨도 지난 7월초 李씨와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동네 카센터에서 발전기를 교환한 바로 다음날 차가 멈춰섰다.

알고 보니 신품은커녕 원래 부품보다 훨씬 낡은 불량 재생품이 끼워져 있었다.

카센터에 항의했지만 막무가내로 잡아뗄 뿐이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5일 부품 바꿔치기 등의 수법으로 35차례에 걸쳐 5백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서울 서초구 H자동차공업사 대표 朴모 (36.경기도 안양시 비산동) 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9만원짜리 새 발전기를 폐차장에서 빼낸 낡은 발전기로 바꿔치면서 별도로 10여만원의 수리비까지 챙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새 차에서 빼낸 발전기를 5만~9만원씩 받고 부품 유통업자들에게 넘기는 수법을 썼다.

경찰은 최근 전국에서 자동차 부품 바꿔치기가 기승을 부리자 정비업소.폐차장을 상대로 집중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폐차장에 버려지는 차량에서 부품을 빼내 시중 카센터에 공급하는 전문 조직이 활개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 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과다한 수리비가 나올 경우 일단 의심해볼 필요가 있으며,가능하면 수리과정을 끝까지 지켜봐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고 당부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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