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1일부터 동북아시아를 방문한다. 하지만 이번 행선지에 도쿄와 베이징은 들어있지만 서울은 빠져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11월 방한을 앞두고 있어 외교 당국자들끼리의 사전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란 걸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8일 그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바빠서 그랬는지 이번 일정에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방한 때 한국과는 충분히 협의를 했다”며 “당시 중국에는 가지 않았으니 이번에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그랜드 바긴(일괄타결)’ 구상을 제안하고 북·미 간에 직접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북핵 문제 현안에 변화가 많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뭔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서도 나온다.
반면 캠벨 차관보는 벌써 한 달 사이에 일본을 두 번째 방문한다. 그러다 보니 캠벨 차관보가 최근 한국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등장한다. 9월 이 대통령의 방미 당시 캠벨 차관보가 그랜드 바긴 구상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가 구설에 오른 점, 그 이후 이 대통령이 이 사실을 “미국의 아무개가 모른다고 해서…”라고 언급해 혹시 한국에 대해 감정이 안 좋은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