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2005년 4월 2단계 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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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내년 4월 예정인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2단계 개방을 둘러싸고 은행권과 보험권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은행권은 26일 은행연합회를 통해 당초 일정대로 내년 4월 생명보험의 보장성보험과 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을 은행에서 팔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자 보험권도 불황 속에 주력상품인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까지 은행에 내주면 업계 전체가 존폐의 기로에 선다며 시행 연기를 주장하는 성명을 내고 배수진을 쳤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은행권과 보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업계 간 입장 조율이 힘든 상태"라며 "더 늦기 전에 감독당국이 이해관계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은행권 주장=설계사 대량 실업이나 중소 보험사의 경영 위기 등 보험업계가 주장하는 방카슈랑스의 부작용은 이미 2000년 법 개정 때 예견됐다. 이를 위해 시행을 3년 유예해 보험사가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 보험 판매 직원을 지점당 2명으로 제한하고 중소보험사 보호를 위해 한 은행이 특정 보험사 상품을 전체 판매액의 49% 이상 팔지 못하게 하는 등의 규제도 있다.

반면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보험료가 일부 인하됐고 새로운 보험 판매 채널이 생김으로써 기존의 보험 판매 채널과 경쟁이 돼 전체적으로 서비스가 개선됐다. 더욱이 은행은 내년 4월 개방 확대에 대비해 전산 개발과 인력 충원 등 투자를 해놓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연기할 수 없다. 이는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 보험권 반론=방카슈랑스 1단계 개방 11개월 만에 전체 보험판매액 가운데 은행을 통한 판매액이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43.5%나 됐다. 저축성보험은 은행 판매 비중이 64.9%다. 이는 은행이 전국적 지점망을 앞세워 판매 할당이나 대출 끼워팔기 등 무리한 판매에 나선 결과다.

이 마당에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까지 은행에 내주면 보험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설계사의 대량 실업과 중소형사 도산 등은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은행은 보험 자회사를 설립해 자회사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고 있어 '49% 이상 판매 제한'의 실효성도 없다.

판매망을 가진 은행의 횡포로 보험사는 높은 수수료를 줄 수밖에 없어 보험료 인하 효과가 거의 없었고, 은행이 수수료를 많이 주는 상품만 집중적으로 팔아 소비자 이익의 증대에도 기여하지 못했다.

따라서 개방 일정과 규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투자한 설비는 기존 상품 판매에 활용할 수 있는 데다 2단계 개방도 시행을 연기하는 것뿐이기 때문에 은행에 손해될 게 없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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