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U-20 월드컵] ‘이집트 신화’ 도전하는 숨은 보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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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김민우(19·연세대)는 한국 청소년 대표팀의 깜짝 스타다. 하지만 김민우 혼자 힘으로 한국이 U-20 월드컵 8강까지 오를 수는 없었다.

홍명보 팀에는 팀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제2, 제3의 김민우’가 즐비하다.

스트라이커는 골 넣는 게 임무다. 그런데 주 공격수 김동섭(도쿠시마)의 부상으로 얼떨결에 주전 자리를 꿰찬 박희성(고려대)은 아직 한 골도 없다. 하지만 홍 감독이 그를 중용하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홍 감독은 “박희성이 최전방에서 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며 공을 받아주고 공간을 만들어주면 미드필더들이 그 틈을 파고들어 골을 터뜨리는 게 우리 팀의 주요 공격 루트”라고 설명했다.

몸을 사리지 않고 그라운드를 폭넓게 누비는 박희성은 충실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 조별 리그 3차전에서 날카로운 스루패스로 김보경의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파라과이와 16강전에서 나온 김민우의 헤딩 골은 박희성의 정확한 크로스 덕분이었다. 도움 2개를 올린 박희성은 “이젠 골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욕심도 감추지 않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주장 구자철(제주)은 지난해 1월 허정무 감독의 낙점을 받아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던 기대주다. 같은 포지션의 기성용(서울)보다 A매치 데뷔는 더 먼저였다. 기성용이 ‘혹사’ 논란 속에 청소년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구자철 덕분에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기성용과 비교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자존심 센 구자철은 “내 목표는 (기성용이 아니라) 세계 무대의 중심을 누비는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또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 문기한(서울)은 구자철보다 더 두드러지지 않는 선수다. 하지만 홍 감독은 “구자철과 호흡도 잘 맞고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대학생 센터백 듀오 홍정호(조선대)와 김영권(전주대)은 김태영 코치가 지방의 대학 대회를 샅샅이 훑고 다닌 끝에 발굴한 숨은 보석이었다.

홍 감독은 “밖에서 생각하는 스타와 내 마음속의 스타는 다르다”며 이들의 투혼을 격려하고 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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