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만든 휘발유 밀물…값싸지만 품질 들쭉날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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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휘발유를 비롯한 각종 유류 완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이 계속 늘면서 '직수입' 제품들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파고 들고 있다.

원유를 들여와 정제 공정을 거쳐 파는 국내 정유업체들과 달리 수입업체들은 일본.중국 등에서 값이 싼 스팟성 완제품을 들여오고 있어 국내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

직수입품은 아직 물량면에서 많진 않지만 고유가 시대를 맞아 '싼 맛' 에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국내 정유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 늘어나는 직수입 = 지난해 타이거오일이 처음으로 직수입 업체로 등장한 이후 등록업체 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수입업체는 타이거오일을 포함, 3곳 (유유실업.슈퍼에너지) 이었으나 올들어 삼연석유. 웅진석유. 오코정유. 금호석유화학. 페트로코리아. 자이언트오일 등 6개가 새로 생겼다.

이들은 주로 전국적으로 대략 무폴 (특정 정유업체의 간판을 내걸지 않은 업체) 주유소들과 운수업체.제조업체 등에 제품을 직접 공급 할 계획이다.

휘발유의 경우 기존 정유업체들보다 ℓ당 50~60원 정도 싸게 주유소에 공급하고 있어 앞으로도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특히 정유업체들처럼 60일치에 해당하는 판매량을 의무적으로 비축해야 하는 규정이 없어 자금부담도 덜 수 있어 앞으로 진출 업체는 더욱 늘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 문제는 없나 = 소비자 입장에서 값이 싸기 때문에 많이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입 완제품은 품질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석유품질검사소의 조사결과 타이거오일이 수입한 유류 일부가 품질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고 타이거오일측은 이들 제품을 추가로 수입한 휘발유를 혼합해 유통시킨 것이 드러나 산업자원부로부터 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법 규정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류수입이 허용되는 바람에 불합격 제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며 "불량제품들이 정상적인 주유소로 흘러 들어가는 사례가 있어 전 대리점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관리에 들어갔다" 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완제품 수입이 늘면 국내 석유수급 상황이 불안정해지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정유업계는 현재 원유와 완제품에 똑같이 부과되고 있는 관세 (5%) 를 차등화해 줄 것을 당국에 요구해 놓은 상태다.

산자부 관계자는 "원유는 5%, 완제품은 10%로 관세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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