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대상 차지한 중증장애인 임현수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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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인터넷은 하늘나라와 같아요. 몸이 불편한 사람도 가고 싶은 곳을 어디든 갈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뭐든 할 수 있으니까요. "

지난달 28일 정보문화센터가 주최한 '제3회 컴퓨터 재능대회' 에서 대상을 차지한 임현수 (19.서울 청원고3년) 군. 중증장애인으로 전국 초.중.고교에서 선발된 최정상급 학생 1천5백여명을 제치고 안은 영광이라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서울 상계동 아파트에서 만난 그는 온몸을 써서 자신만이 느끼는 인터넷 세계를 소설처럼 설명했다.

"저...정말..기..뻐요. 대..대상 타..타기를 바..랬어요. 새..컴퓨터가 피..필요 해...했거든요. " 林군은 꿈에 그리던 펜티엄 컴퓨터를 받고 한없이 즐거워 했다.

그의 작품은 자기 가족의 모든 것을 소개한 인터넷 가족신문. 기존 홈페이지나 자료를 이용하지 않고 독창적으로 인터넷에 다양한 프로그램과 데이터들을 찾아 가족신문을 꾸며 최고의 점수를 얻은 것.

아버지 임근옥 (林根玉.49.공무원) 씨와 어머니 정영애 (鄭英愛.44) 씨의 도움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은 몸을 틀며 하는 그의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러나 컴퓨터앞에만 가면 마우스를 만지는 손가락이 그렇게 자유스러울 수가 없다. 그럴 때면 하늘을 나는 천사처럼 표정도 확 핀다.

태어난지 6개월도 안돼 팔다리가 뒤틀리고 언어장애가 나타나는 뇌성마비 증세를 보인 林군이 처음 컴퓨터와 만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대학에 들어간 누나에게 사 준 PC를 옆에서 만지면서 컴퓨터와 인연을 맺었다.

"오후 3시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컴퓨터를 켜고 새벽 1, 2시까지 눈을 떼지 않을 정도죠. 처음엔 게임에 푹 빠져 있다가 지난해부터 인터넷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죠. " "현수가 대견하다" 며 鄭씨는 잠시 예전의 어려운 시절을 생각한 듯 눈가에 눈물이 비쳤다.

어린 시절 현수는 집안 한 구석에 하루종일 누워 있던 '장애아' 였다. 그런 현수를 어머니는 초등학교부터 정상아와 똑같이 등하교를 시키면서 정신적 장애를 극복시켰다.

林군의 컴퓨터 실력은 수준급. 인터넷에서 자유자재로 원하는 자료를 찾는 것은 물론이고 얼마전에는 자신의 486PC를 스스로 업그래이드 (기능향상) 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부품을 샀고 조립을 하다 모르면 인터넷으로 전문가들에게 자문도 얻었다.

林군의 작은 방에 있는 프린터나 스캐너 등도 인터넷으로 샀거나 각종 대회에서 부상으로 받은 것이다. 그가 만들어 놓은 인터넷 홈페이지 '임현수의 컴퓨터세상' (http://web.iandp.co.kr)에 들어가면 자신과 가족에 대한 소개는 물론 인터넷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질의.응답' 코너까지 있다.

林군의 꿈은 벤처기업가.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돈도 벌어 부모님 호강시켜 드리고 자신에게 힘이 되 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현재 유니텔 등 PC통신과 인터넷서비스에서는 '다솜나래' (go dasom) 등 장애인들이 개설한 동호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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