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경영환경 악화…계획 수정등 대응 골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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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영 환경이 급변하며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금리와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하반기 경영계획을 다시 짜기 시작했고, 엔고 (高) 와 달러값 안정을 수출 증대로 연결시키기 위해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 달갑지 않은 금리 오름세 = 올 상반기 상장기업들은 이자로 13조9천억원을 지출, 지난해보다 2조3천억원을 줄였다. 대출금리가 평균 4% 이상 떨어졌기 때문. 하지만 하반기 들어 대우 사태 등으로 금리가 10%를 넘어서자 필사적인 '빚 갚기' 에 나서고 있다.

현대.삼성 등 5대그룹은 정부가 시키지 않더라도 빚을 줄이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고 '연내 부채비율 2백% 이내 달성' 을 관철한다는 목표며, 중견 기업들도 하반기 최우선 경영목표를 재무구조 개선에 둔다는 방침이다.

상장사 협의회는 "금리가 1% 오르면 상장사들의 연간 이자부담만 1조원 이상 늘어난다" 며 "특히 금융비용 부담이 큰 섬유.건설.제지 등엔 악재" 라고 분석했다.

식품회사인 H사 자금담당자는 "매출 부진속에 낮은 금리 덕에 버텨왔다" 며 "정부가 기업 생존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금리 안정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 말했다.

◇ 유가 상승도 큰 걱정꺼리 = 올들어 국제 유가가 2배가량이나 뛰자 정유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달초 휘발유값을 ℓ당 8~11원 올린 데 이어 다음달에도 ℓ당 60원 가량의 추가 상승요인이 발생한 것.

업계는 "기름값이 기업의 원가.물가 등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정부가 특소세 추가 인하 등 긴급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유화업체도 직격탄을 맞은 상태.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납사 생산비용의 60%가량이 원유 비용이기 때문.업계는 일단 채산성 악화를 각오하고 가격 인상은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이다. 매출의 10~15%를 기름값으로 쓰는 항공업계는 원가절감을 하반기 경영 중점목표로 세웠다.

◇ 엔고가 그나마 위안 = 엔화가 10% 절상되면 수출이 1.9~2.7% 늘어나며 특히 일본과 경쟁하는 자동차.선박.반도체.석유화학 등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무역협회 분석) .자동차 업계는 올 수출을 당초 목표 (1백45만대) 보다 7만~15만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엔고 효과가 6개월쯤 뒤엔 더 두드러질 것" 이라며 "내년 상반기를 겨냥해 신차종을 중심으로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엔.달러 환율이 1백10엔선을 유지하면 국내 업체들이 일본보다 20% 정도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수주 규모를 6백만~7백만t으로 예상했으나 지난해 수준 (9백99만t)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조선 시장의 90%를 한.일이 양분하고 있으나 일본 조선업계가 구조조정 와중에 있는데다 엔고까지 겹쳐 한국의 우위가 확실해질 전망" 이라고 말했다.

고현곤.김남중.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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