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 못해 체육관서 새우잠…수해 한달 문산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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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8일 오후 7시30분 문산읍 문산3리 문산초등교 실내체육관. 20여명의 수재민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김치국.감자국 등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다.

부인 (45) 과 함께 28일째 이 곳에서 생활중인 한점상 (韓点相.48.회사원.문산4리 17의23) 씨. 그는 보증금 5백만원.월세 25만원에 세들어 살던 20평 짜리 한옥 주택이 침수로 반파됐다.

냉장고.장롱.세탁기 등 가재도구도 모두 잃었다.

고교 3년생인 딸 (18) 과 고교 1년생 아들 (16) 을 문산읍의 친척집에 맡겼다.

韓씨는 "딸아이가 대학입시를 앞두고 교과서와 참고서 등을 몽땅 수해로 잃어 버렸다" 면서 "그 생각만 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고 말했다.

집수리를 위해 친지에게 3백만원을 빌렸지만 추가로 필요한 2백여만원을 조달할 길이 없다.

그는 "수해후 한달동안 받은 지원금은 가족 4명의 생계구호비 60만원이 전부" 라며 한숨을 쉬었다.

실내체육관에는 현재 경의선 철로변 저지대인 문산4리의 34가구.48명이 대피해 있다.

한때 2천여명이 대피해있던 이곳에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영세민, 세입자 들이다.

오전 6시 무렵이면 집수리와 생계를 위해 모두들 빠져나가고 낮에는 노인 4~5명만 자리를 지킨다.

오후 8시 이후부터 다시 모이는 수재민들은 시에서 지급한 담요와 집에서 챙겨온 이불 등으로 새우잠을 청한다.

金영남 (14.문산북중 1년) 군은 "밤새 추위.모기와 싸우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공부도 제대로 안된다" 고 하소연했다.

임매월 (62.여) 씨는 "지붕이 수마에 휩쓸려 무너져버려 수리비 3백여만원이 필요하다" 면서 "아들이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 받은 1백만원을 지난 27일 보내와 수리 준비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시에서 주는 쌀과 부식도 수시로 떨어진다.

목욕은 꿈도 못꾸고 있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콘테이너 박스를 설치해주거나 전세금을 지원해달라" 는 게 이들의 호소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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