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초안 공개…주주 권한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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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주주들의 전횡을 막아 투명하고 민주적인 기업경영을 꾀하기 위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초안) 이 완성됐다.

모범규준은 민간 주도로 만들어져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8.25 정.재계간담회에서 재벌총수들이 성실한 이행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약속한 것으로,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일상 경영활동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 (위원장 金在哲무역협회장) 는 26일 지난 5개월간 작업을 거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초안) 을 공개했다. 모범규준은 공청회를 거쳐 9월 15일까지 완성될 예정. 모범규준이 완성되면 정부는 상법.증권거래법.증권거래소 상장규정 등을 통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며, 금융기관.신용평가사 등은 모범규준의 준수 정도를 대출이나 신용평가의 중요한 잣대로 활용하게 된다.

모범규준은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이해관계자 ▶시장경영감시 등 5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다음은 부문별 주요내용.

◇ 주주의 권리강화 = 재벌 오너 등 지배주주에 대해선 책임을, 일반 소수주주들에겐 권리를 강화했다. 소수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돕기 위해 서면이나 전자투표 방식이 도입되며, 주주들이 회사정보를 쉽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회계장부 열람권 행사요건이 지분 1% (자본금 1천억원 이상 기업은 0.5%) 이상에서 0.5% (0.25%) 이상으로 완화된다.

지배주주가 정당한 의결권 행사나 이사 등재를 통해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했다.

◇ 이사회 활성화 = 기업의 의사결정기구로서 이사회에 명실상부한 권한을 주고, 그에 대한 책임도 묻는다.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대형 공개기업은 이사회에 8명 이상의 이사를 둬야 하며 그중 절반 이상은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기업은 7백여개 상장기업 중 약 1백50개다. 기업은 이사후보를 공정하게 뽑기 위해 사외이사가 주축이 되는 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했다.

또 이사선임에 소수주주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집중투표제 (소수주주들이 이사수만큼 표를 갖고 특정후보에 몰아줄 수 있는 제도) 를 채택하도록 권고했다.

기업들은 이사회를 열 때는 반드시 회의록을 작성하거나 회의내용을 녹취해둬야 한다. 사후에 기업 부실요인 등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묻기 위해서다. 또 이사회의 중요 결정사항을 공시할 때는 참석한 이사와 그들의 찬반표결 내용을 동시에 공시해야 한다.

◇ 경영감시 강화 = 대규모 공개기업과 금융기관, 정부투자기관 등은 이사회 내부에 감사위원회를 둬야 한다.

사채권자들의 적절한 경영감시 기능을 인정하며, 외국인 주주들을 위해 외국인 지분율이 20%를 넘는 기업들은 영문으로도 감사보고서와 공시사항을 발표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이같은 모범규준을 어느 정도 지키고 있는지, 지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사업보고서에 공시해야 한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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