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베를린회담 전망] 북-미 미사일 막판 담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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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베를린에서 재개될 북.미회담은 일단 북한의 미사일 추가발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미측 대표가 미사일회담을 전담했던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군축담당차관보에서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담당특사로 바뀐 점에서 미사일문제에 국한한 대화가 아니라 폭넓은 회담을 갖겠다는 미측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기존에 미 정부가 취했던 미사일문제와 대북경제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해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치.외교관계 개선을 포함한 광범위한 일괄타결책을 모색할 것임을 예측케 하는 대목이다.

북.미회담을 보는 우리측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측이 양국 관계개선까지 가능한 구체적인 내용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이번 회담은 미사일문제 범위를 벗어나 양국 관계정상화까지 내다볼 수 있다는 것.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향후 북.미 관계개선을 위한 고위급회담 정례화 등의 결과도 나올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감안할 때 클린턴 정부가 북한의 기대에 걸맞은 수준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쉽게 점칠 수 있는 것은 미 행정부로선 의회를 거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북측에 제시하려 할 것이란 점이다.

그리곤 미국 내 사정에 대한 북측의 이해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측 단독으로 할 수 없는 대목에 대해선 한국.일본 등을 참여시켜 북한에 대한 호의를 보이려 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일본의 대북 식량지원 참여, 한국의 대북경협 확대 등 김대중 (金大中) 정부가 미.일 양측에 촉구해왔던 사항들에 대한 청신호가 켜질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협상은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포괄적 접근방안 (페리보고서)' 의 틀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미사일문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이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을 경우 미측은 페리보고서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북한과의 관계개선 문제를 적극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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