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일 도맡아도 홀대…하위직 공무원 불만토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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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30년 가까이 근무하며 청춘을 바쳤는데…. 다 제 못난 탓인데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 고교 졸업 이후 줄곧 서울시에서 근무해 온 6급 주사 L모 (48) 씨 . 그는 "바지런히 일했지만 이제 더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다" 며 "궂은 일은 모두 6급 이하 하위직들이 도맡아 하고 있는데도 승진.수당지급 등에 있어 언제나 소외돼 왔다" 고 푸념했다.

서울시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의 시 인사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특히 시 공무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6급 주사직 1천3백여명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하위직들의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7급 직원을 대폭 6급으로 승진시키려는 서울시의 계획도 우울함을 더한다.

6급만 계속 늘어날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5급 승진시험이 9월 12일로 예정돼 있지만 자리는 40여개뿐이다.

이 시험은 '하늘의 별따기' 랄 만큼 통과가 어렵기로 정평있다.

설상가상으로 5급 사무관 자리를 늘리기 위한 복수직급제의 도입도 행자부 등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하위직 직원' 이 서울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고건 (高建) 시장님에 대한 하위직 공무원의 서운함과 건의' 는 이들의 불만을 그대로 대변한다.

이 직원은 "高시장이 4.5급 간부들과는 15차례에 걸쳐 가진 직급별 간담회를 하위직과는 한차례도 하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우리를 '대감집 머슴'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아닌가" 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 직원은 특히 高시장이 4.5급 간부직과의 간담회에서 제기된 직급수당 인상 (5만원→10만원) 요구를 받아들인 사실을 예로 들며 '사기 문제' 를 제기했다.

그는 "간부들이 이 일로 사기가 올랐다면 그 이유는 몇푼의 돈이 더 생겨서가 아니라 시장이 그만큼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인정해 주고 관심을 갖고 배려해 주었다는 사실에 있다" 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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