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조정 길어지면 DLS를 주목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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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파생결합증권(DLS)이 발 빠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외 증시 조정이 길어지면서 주식과 상관 없이 수익을 낼 만한 대안상품으로 DLS가 떠오른 것이다. 각 증권사는 구리·천연가스·금리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DLS를 속속 내놓으며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7일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올 3분기 DLS 발행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발행건수도 180건에 달한다. 금액과 발행건수 모두 전 분기의 두 배로 뛰었다. 금융위기 직후 DLS 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발행금액이 10배로 늘어난 셈이다.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를 끈 건 기업의 신용위험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신용 DLS’였다. 특정기업에 신용사건(파산·지급불이행·채무재조정)이 생기지 않으면 연 5%대 중반의 수익을 주는 구조다. 만약 기업이 잘못되면 원금을 잃을 수 있지만 해당기업이 주로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 굵직한 조선사여서 이들을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많았다. 해당 기업의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대중공업 신용사건을 기초자산으로 한 ‘우리투자증권 DLS 158호’는 지난달 84억원어치나 팔렸다.

다만 최근엔 신용 DLS의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줄어들면서 신용 DLS로 나올 만한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대신 최근엔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 DLS’와 ‘금리 DLS’ 발행이 부쩍 늘었다.


원자재에 투자하는 상품 DLS의 경우 2분기엔 원유가 주류였지만 3분기 들어선 금과 천연가스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달 출시한 구리가격 연계 DLS엔 55억원이나 몰렸다. 신한금융투자 FICC부의 김상철 차장은 “지난달 주가지수가 많이 올라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이 원자재 DLS 쪽으로 눈을 돌렸다”며 “최근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수익 상품 DLS에도 관심이 커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금리 DLS는 시중금리가 들썩이면서 수요가 늘어났다. 아직까진 금리에 민감한 기관투자가가 주로 투자하지만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도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은 8일까지 ‘국고채 5년물과 3년물의 금리 차이’에 따라 수익을 주는 DLS를 판매한다. 대우증권 파생상품영업부 이정환 차장은 “국고채나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안정 성향의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DLS는 기초자산이 다양해 증시가 조정을 거칠 때도 수익을 낼 여지가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기초자산이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시장금리나 원자재 가격처럼 일반 투자자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상품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

한애란 기자

◆파생결합증권(DLS)=기초자산 가격의 움직임과 연계해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상품. 기초자산은 금리·환율·신용·상품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주가연계증권(ELS)과 구조는 거의 같지만 기초자산이 주식·주가지수가 아니라는 게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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