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도 인간진화에 영향' -美 대학연구팀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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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사람이 기타 영장류와 달리 진화해온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요리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미네소타대 공동연구팀은 최근 미국인류학회지에 요리가 남녀의 치아.신체크기는 물론 일부일처형 혼인제도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치아와 체격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식물 요리. 연구팀은 이 시기를 1백90만년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전 시기만 해도 암수 모두 질긴 음식을 씹을 수 있도록 치아가 컸다는 것. 또 먹이의 주도권을 쥔 수컷의 체격이 암컷에 비해 훨씬 컸다.

연구팀의 라덴 박사는 "하지만 호모 에렉투스의 요리 개발로 식물의 딱딱한 뿌리까지 익혀 먹게 되자 치아 크기는 줄기 시작했고, 늘 영양결핍에 시달려왔던 암컷의 체격이 커져 수컷과 큰 차이가 없게 됐다" 고 말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존재했으나 요리를 할 줄 몰랐던 오스트랄로피테신스와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오스트랄로피테신스는 수십만 년 이상 진화를 거듭하면서도 치아의 크기도 줄지않았고 암수간 덩치차이도 컸다는 것. 조리법의 개발로 먹거리의 저장이 가능해지자 짝짓기 스타일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어났다.

일부다처제를 하는 동물은 보통 수컷이 암컷에 비해 덩치가 현저히 크다.

따라서 음식쟁탈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도 당연히 수컷. 그러나 요리기술의 등장으로 영양원이 풍부해지자 암컷도 음식을 보유하는 일이 잦아졌다.

따라서 암컷은 든든한 평생반려를 택해 다른 수컷으로부터 음식을 지키도록 진화의 압력을 받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라덴 박사는 "사람을 제외한 영장류의 암컷들은 배란기 때만 수컷들의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여성만은 항상 남성에게 매력의 대상이다. 이는 일부일처가 유지되기 위해 중요한 조건인데 음식이 바로 이런 인류 특유의 짝짓는 방식을 유도했다" 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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