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춤' 공옥진여사 조카 공명규씨 라틴댄스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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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22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재즈카페에서 벌어진 제2회 라틴댄스 페스티벌 '파라이소 라티노 (라틴 천국)' . 살사.메렝게.쿰비야.차차차 등 중남미 춤을 총망라한 무대에 40대 중반의 한 남자가 등장했다.

강한 탱고리듬에 맞춰 현란한 볼레오 (발차기) 를 구사하는 그를 관중은 숨죽이며 바라봤다.

태권도사범에서 전문 탱고 댄서로 변신한 공명규 (孔明奎.43) 씨의 솔로탱고 데뷔무대였다.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배우며 무술에 자질을 보인 孔씨는 태권도 보급을 위해 80년 아르헨티나로 훌쩍 날아갔다.

온갖 고생 끝에 태권도를 어느 정도 정착시킨 83년 孔씨는 '외도' 를 꾀했다.

춤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탱고를 배우기로 결심한 것으로,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유명한 태권도사범 자격으로 초대받아 간 집에서 느닷없이 탱고춤판이 벌어졌다.

孔씨가 넋놓고 쳐다보기만 하자 "동양인이 이런 춤을 출 수나 있겠느냐" 는 경멸의 눈빛이 쏟아졌다.

"그들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탱고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고, 곧바로 제일 유명한 댄서에게 탱고 레슨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

낮엔 태권도 교습, 밤엔 탱고 연습으로 지칠대로 지쳤지만 3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는 열성을 보였다.

결국 5년 연습해야 겨우 오를 수 있다는 데뷔무대에 3년만에 오를 수 있었다.

孔씨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 탱고를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지난 1월 한국에 돌아왔다.

김포에 탱고카페를 준비중인 孔씨는 지난 7월엔 '병신춤의 대가' 공옥진 여사의 공연에 참가했다.

孔여사의 친조카이기도 한 孔씨는 고모의 공연에도 우정출연하는 등 뒷바라지를 해왔다.

"한국 전통무와 탱고의 결합이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탱고를 알리는 데 이만한 기회도 없지요. "

탱고를 알리기 위해선 어떤 무대든 가리지 않겠다는 孔씨는 현재 고모와 함께 9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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