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총장직선제 바꿀때 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국공립대학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정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폐지유도를 위해 간선제를 하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한다는 설 (說) 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해묵은 문제여서 일반의 관심 밖 사항이 됐지만 대학의 구조조정 문제가 제기된 이상 총장직선제 문제는 대학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떤 제도나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총장직선제의 가장 큰 장점은 대학 학사운영의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표자를 뽑는다는 것이다.

일종의 축제고 강한 대표성을 지닌다.

특히 지난 권위주의 시절 탄압과 감시의 대상이 대학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직선제 자체가 일종의 민주화투쟁 목표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실시해보니 부작용이 여간 크질 않았다.

대학마다 과열.혼탁선거의 문제점이 심각했다.

출신 고교에 따라 패가 갈리고 대학보직이 총장선출과 연계돼 논공행상 또는 흥정대상이 되며 총장이 교수들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있는 행정을 펴기 어렵게 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래서 대학내부에서부터 직선제 자성 (自省) 이 일어났고 사립대학의 경우 1백40여 대학 중 1백3개 대학이 간선제로 돌아갔다.

그러나 상황이 이처럼 급하게 바뀌는데도 34개 국공립대학은 여전히 직선제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국공립대학을 대상으로 경영진단평가를 한 적이 있다.

평가결과 공통된 문제점이 비효율적 인력구조, 방만한 조직 운영, 학내 경쟁시스템 부족, 경영의 경직성 등으로 꼽혔다.

이들 문제점의 고리가 총장 선출방식과 깊이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었다.

조직의 '경영자' 를 선출해야 되는데 조직의 '대표자' 를 뽑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경영체제 구축도 안되고 기업경영 마인드도 없다는 지적이다.

대학총장이 학문적 권위의 상징이던 시절도 지났고 민주화투쟁의 목표였던 때도 지났다.

특성화.선진화로 대학발전을 기하는 대학경영의 시대다.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캠퍼스 정치를 일삼기엔 시대가 허락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국립대학의 경영합리화를 위해 국립대학의 독립행정법인화의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 국공립대학도 변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 변화의 첫 시도를 총장간선제 채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한국교원대학은 지난해 초 현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부터 간선제를 도입한다는 원칙을 표명한 바 있다.

대학 스스로 간선제를 채택하는 것이 대학이 사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지원이라는 당근을 통해 간선제를 유도하는 방식은 원칙과 형평성에도 맞질 않는다.

대학개혁의 차원에서 대학 스스로 이제 직선제를 포기하는 개혁환경을 조성할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