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 인권위에 진정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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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검찰이 경찰로부터도 도전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강릉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장신중(51)경정이 4일 "검찰이 벌금 등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것이다. 여기에다 안동경찰서도 지난달 발생한 청송보호감호소 탈주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산하기관인 대구교정청을 상대로 수사에 나섰다.

특히 이날 김종빈 검찰총장과 허준영 경찰청장이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각기 다른 곳에서 가시 돋친 말로 신경전을 벌인 상황이어서 "경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은 이날 출근 길에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은 약속을 지켰다"며 최근의 양 기관 갈등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를 전해들은 허 청장은 "(검찰이) 경찰의 인권 침해를 문제삼으며 (비난을) 시작한 것"이라며 "우리는 갈 길을 간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강릉경찰서 장신중 경정은 진정서를 통해 "검찰이 일처리를 쉽게 하기 위해 절차를 무시한 채 벌금을 받아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 과장은 경찰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 일선 경찰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인터넷 동호회 폴네띠앙의 회원이다. 그는 "검찰이 편의적으로 벌금을 내지 않은 사람들을 수배하고 경찰에 체포를 명령하는 것도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이는 검찰의 지휘를 받는 현행 수사 체제의 단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난달 청송보호감호소를 탈주한 이낙성을 추적 중인 경북 안동경찰서도 법무부 산하기관인 대구교정청을 상대로 지난 3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탈주범을 놓치고 징계를 당한 교도관 3명에 대한 징계서류를 압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안동경찰서 측은 "교도관들이 탈주범을 놓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참고인으로 소환하려 했으나 이에 따르지 않아 압수영장을 신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 말단 직원까지 경찰의 말을 무시할 정도로 법무부와 검찰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검찰이 경찰을 표적 수사할 경우 이번에는 참지 않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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