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밀레니엄 작가]13. 노르웨이 요슈타인 가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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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노르웨이의 한 고교 철학교사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한 요슈타인 가더 (47) .

86년 단편소설집을 내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한 그가 소설가로 명성을 얻은 것은 90년 청소년용 철학소설 '카드의 비밀' (Kabalmysteriet) 를 발표해 노르웨이 문학비평가 협회상을 받으면서부터. 이듬해 그는 자신의 기념비적 작품인 '소피의 세계' (Sofies verden) 를 내놓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소설은 노르웨이에 사는 한 소녀가 자기에게 잘못 배달된 편지의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을 통해서 현대 정신문명의 철학적 근원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지금까지 47개어로 번역돼 2천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철학과 문학의 결합이 이뤄낸 작품이란 평가를 받기도 하는 이 작품은 서양철학사에서 거장으로 추앙받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하나하나 연대기 순으로 풀어가며 철학의 신비를 벗겨가는 미스터리 형식을 갖추고 있다.

'소피의 세계' 가 대성공을 거두자 전업작가로 나선 가더는 96년 '인생은 짧다' (Vita Brevis) 를 출간한다.

이 작품은 '고백록' 의 저자 아우구스티누스가 실은 겉과 속이 다른 비정한 인간이었다는 내용의 소설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이나 이인화의 소설 '영원한 제국' 같은 액자소설 기법의 역사추리. 실제로 자신이 겪은 진실이며 역사의 비밀을 밝히 듯 서술하고 있지만 허구인 이 소설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정말 '허구일까' 란 착각이 들 정도다.

서양철학에서 이제 그 시야를 외부로 돌려 비서양 철학에까지 작품의 폭을 넓혀가는 그는 고정관념을 깨며 이야기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내는 독특한 소설적 기법으로 미래에 더욱 주목받을 작가로 남아있다.

그의 작품은 현암사에서 '카드의 비밀' '소피의 세계' '인생은 짧다' 등이 출간됐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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