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가산점 준다' 초.중.고생 자격증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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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L컴퓨터학원은 최근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이나 인터넷 정보검색 자격증 등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따려는 초.중.고생들이 몰려 수강생이 여름방학 전보다 세배 이상 늘었다.

학원 관계자 金모 (39.여) 씨는 "학원 전체 수강생 8백여명 가운데 자격증을 준비하는 초.중.고생이 70%를 넘는다" 며 "특히 중학교 진학을 앞둔 초등학생들이 많다" 고 말했다.

서울 압구정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의 성화에 못이겨 이번 여름방학에 자격증 준비강좌를 개설했다.

이 학교 홍성령 (洪性領.51) 교사는 "방학중인데도 한 학급에서 10명 넘게 수강하고 있으며, 수업 열기도 매우 뜨겁다" 고 전했다.

여름방학을 맞은 초.중.고생 사이에 자격증 따기 열풍이 불고 있다.

학생들이 컴퓨터.속기.영어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너나할 것 없이 학교나 학원가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5, 6학년생들 사이에서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자격증을 획득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종로동 K어학원은 토익 (TOEIC) 이나 텝스 (TEPS) 등 취업지망생 대상의 영어강좌에 고등학생들이 1백여명 이상 몰려 강좌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방학 직후인 지난 7월말부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김혜영 (金惠英.17.C여고2) 양은 "우리반 친구들 20여명 이상이 컴퓨터.영어.속기학원에 다니며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고 털어놨다.

초.중.고생의 자격증 대비 붐은 자격증을 가질 경우 대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올해 대입에서 일부 대학은 정원의 일정수 이상을 영어.컴퓨터 등의 특기자로 선발했다.

게다가 교육부는 2002학년도 대입부터 비교과 영역의 비중을 높이고 정보소양인증제 등을 도입, 자격증 소지 여부를 수행평가 점수에 적극 반영키로 해 자격증 확보 열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연세대 이성호 (李星鎬.53.교육학) 교수는 "보편적인 기초 소양교육에 충실해야 할 초등학생들에게 입시 위주의 특기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올바른 자녀교육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며 "특히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교육개혁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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