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입출금 상품 MMF 환매 제한 거센 반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수시 입출금 상품인 머니마켓펀드 (MMF)가 환매 제한 대상으로 묶이면서 고객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MMF란 초단기 공사채형 수익증권으로 실적배당원칙이 적용되나 은행의 보통예금과 같은 성격의 상품이다.

이 때문에 자신이 가입한 MMF에 대우채 비율이 높은 고객들은 아파트 중도금이나 긴급생활 자금이 묶이게 되면서 심각한 재산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에 사는 李모 (53) 씨의 경우 지난 3일 1억원을 S증권사를 통해 신종MMF에 넣었다가 대우채 비율이 52.55%로 나오면서 곤란을 겪고 있다.

당장 이 돈으로 아파트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7천만원밖에 찾을 수 없게 돼 오히려 3천만원을 빌려야 할 지경이 됐다.

李씨의 경우 가입시기가 대우구조조정발표가 있은 후라 증권사 직원에게 "대우채권이 없는 것으로 달라" 고 요구했음에도 대우채가 50%가 넘는 MMF에 가입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신종MMF에는 투기등급 편입 안돼 =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이 묶여 있다는 문제도 있지만 MMF상품의 대부분 (96%) 을 차지하는 신종MMF의 경우 약관상 투자등급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CP) 만을 편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제는 대우계열사들이 올 2월부터 늦어도 5월말~6월초까지는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으로 떨어졌다는 것.

약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투신사들은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대우채권을 팔아야 하지만 이미 대우채권은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상황이어서 그대로 떠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일부 투신운용사의 경우 대우채 비율을 고르게 만들기 위해 불법적으로 멀쩡한 다른 펀드 상품에 대우채를 끼워넣었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감독책임을 진 금융감독원은 MMF에 대우채권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실태파악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일부 투신사와 증권사들은 李씨의 사례처럼 대우채가 투기등급으로 떨어지고 대우문제가 공식적으로 불거져나온 뒤에도 신규 고객을 기존 대우펀드에 가입시켜 결과적으로 '침몰할 배에 손님을 태우는 일' 을 저지른 경우도 있다.

투신업계 주변에서는 적어도 금감원이 감독권만 제대로 행사했다면 MMF 가입자의 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터져나오고 있다.

◇ 불법운용으로 인한 피해 구제 = 전문가들은 "MMF상품이 설정된 뒤 투기등급의 대우 회사채가 들어온 것이 확인된다면 명백한 불법행위인 만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제소하거나 법정소송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고 말하고 있다.

만일 자신의 MMF상품에 대우채가 편입됐다면 해당 증권사나 투신사에 '펀드내역서' 를 달라고 요구하고 대우채권이 언제 편입됐으며 편입 당시 신용등급이 무엇인지를 꼭 따져봐야 한다.

김원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