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등 단체급식소 위생단속 사각지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서울 신설동 D병원 구내식당은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까지 1년 사이에 시.구청 위생점검에서 무려 네번이나 적발됐다.

도마나 칼.음용수 등에서 대장균. 일반세균이 허용치보다 최고 2백50배나 많이 나오는 등 위생상태가 엉망이었다.

그러나 매번 '시정명령' 만 받았을 뿐 여전히 입원환자와 직원들을 위한 음식을 공급하고 있다.

일반 식당 같으면 벌써 영업정지 조치까지 받았을 위반사항이었다.

병원. 학교.회사 구내식당 등 늘어나고있는 단체 급식소의 위생불량에 대한 제재수단이 사실상 없어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 '솜방망이' 행정처벌 = 현행 식품위생법은 단체급식소가 위생불량으로 적발돼도 시정명령이나 시설개선명령, 최고로는 과태료 처분만을 내릴 수 있게 돼있다.

그나마 대부분 시정명령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식당 등 접객업소의 경우 단속에 적발되면 영업정지나 영업소 폐쇄 조치까지 내릴 수 있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가벼운 조치다.

위생불량 단체급식소에 대한 행정처벌이 약한 점에 대해 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영업정지 등을 할 경우 많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 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단체급식소의 위생을 개선하지 못해 올들어 세균성 이질 등 집단 식중독이 급증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단체급식소들의 위생불감증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 실태 =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원이 최근 서울 1백32개 고교의 급식 위생상태를 조사한 결과 30개교가 평가에서 최하점수 (1백점 만점에 44점 이하) 를 받을 정도로 위생 사각지대가 많았다.

대구시 달서구 D병원 구내식당은 지난 5~6월 사이 두번이나 대구시의 위생단속에 걸려 시정명령을 받았다.

달서구 S공업.달성군 M산업의 구내식당 등 최근 들어 대구에서만 두차례 이상 단속에 걸린 집단급식소가 7곳에 이르고 있다.

버스업체인 서울 면목동 P여객도 지난해 9월에 이어 올 5월에도 음용수에서 기준치 이상의 일반세균.대장균이 검출됐으나 시정명령에 그쳤다.

전남도가 지난 6월 실시한 2백9곳의 단체급식소 위생점검에서는 45곳이 적발돼 역시 시정명령을 받았다.

◇ 대책 = 여러차례 위반한 급식소는 일반 음식점처럼 영업정지나 영업장 폐쇄조치 등을 내릴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규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적발' 과 '시정명령' 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다.

또 회사나 병원 등의 집단급식소는 지자체가, 학교 등은 교육청에서 나눠 맡고 있는 관리.감독체계의 일원화도 요청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위생불량 단체급식소에 대한 강력한 처벌규정이 없고 관리가 이원화돼 있어 지도.단속에 어려움이 많다" 고 털어놓았다.

홍권삼.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