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투자로 승부하자” … 큰손들, 사모펀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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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삼성증권이 올 초 선보인 외부 자문형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상품에는 현재 3100억원이 들어왔다.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이라 주로 거액 자산가들이 이용하는 상품이다. 일단 돈을 맡기면 증권사에서 알아서 자산을 배분하고, 운용을 해준다는 점은 다른 랩 어카운트와 같다. 하지만 10개의 전문 외부 자문사들이 상품별로 투자 자문을 한다는 게 특징이다.

출시 이후 성적도 좋다. 올 1월 중순 나온 상품의 경우 현재 11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 포트폴리오 운영파트의 안성재 차장은 “ 별도로 광고도 하지 않았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가입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상품이 자산가들 사이에 화제가 되자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성격의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5일 대우증권은 투자자문사인 한가람과 연계해 운용하는 랩 상품을 선보였다. 최소 가입금액은 5000만원이다. 우리투자증권도 7월 고객들의 요구로 유사한 상품을 출시했다.

주식형 펀드에서는 돈이 빠진다지만 이른바 ‘큰손’들을 위한 상품은 예외다. 연기금 등 기관, 개인 자산가들이 주로 가입하는 사모 펀드에도 요즘 돈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달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 주식형 펀드에서는 3조원이 빠져나갔다. 지수가 1700선을 넘어가자 원금을 회복한 투자자들이 서둘러 돈을 찾았기 때문이다. 반면 사모 주식형 펀드에는 1963억원이 들어왔다. 월간 순유입 규모로는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많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전체적으로는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큰손’들은 6월부터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돈이 몰리는 ‘큰손 펀드’들의 공통점은 운용에 제약이 적어 투자자별로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공모 펀드는 10% 이상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없지만 사모펀드는 그런 제한이 없어 집중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기존 펀드들에 대한 실망도 한몫했다. 대우증권 상품기획부 이정훈 파트장은 “해외 펀드 비과세가 올해로 끝나는 데다 금융위기 이후 공모 펀드들의 수익률도 엇비슷해 자산가들이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자문형 랩 상품도 이런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삼성증권 안 차장은 “공모 펀드는 편입된 종목이 보통 50여 개에 이르고 펀드 내부를 들여다 보기도 어렵지만 랩 상품은 편입 종목이 10여 개 정도로 적고 어떤 종목이 들어가 있는지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 직접 투자의 유연성과 펀드의 전문성을 결합한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증권사로서도 외부 자문사를 활용할 경우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유사한 상품의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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