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공식문자 찌아찌아족에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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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공무원들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지아’족 학생에게 학용품을 선물한다.

경남 남해군은 500여 전체 공무원이 성의껏 기증한 각종 학용품 500여만원 어치를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학생에게 선물키로 하고 6일 항공편으로 발송한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의 부톤섬에 사는 인구 6만여명의 찌아찌아족은 독자적인 언어는 있지만 문자가 없어 고유어를 잃을 위기에 처하자 최근 언어를 표기할 공식문자로 한글을 채택했다. 요즘 이곳 학생들은 한글로 된 교과서로 수업을 하고 있다. 한글이 처음으로 해외 민족의 공식문자로 채택된 것이다.

남해군 공무원이 학용품을 선물하는 것은 9월 9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정현태 군수가 “한글날을 맞아 찌아찌아족에 학용품을 선물하면 뜻있는 일이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데 따른 것이다. 정 군수는 “같은 문자를 사용하는 민족끼리 서로 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싶어 학용품 선물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정 군수의 제안에 공무원들이 호응하면서 곧바로 선물 모으기가 시작됐다. 공무원들은 공책·연필 깎기·지우개·샤프 연필·크레파스 등의 학용품을 기증하거나 구입 비용을 내놨다.

남해군은 5일 이 선물을 정성껏 포장한다. 6급 이상 공무원이 낸 선물은 찌아찌아족 중·고교생에게, 7급 이하 공무원 선물은 초등생에게 보낼 계획이다. 선물 꾸러미에는 기증한 공무원의 이름·직책과 함께 직접 쓴 편지를 넣는다.

공무원들은 편지에 남해군을 소개하고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해 준 데 깊은 감사드린다”“대한민국과 남해군을 오래 기억해 달라”는 내용 등을 적었다.

남해군은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선물을 전달하려 했으나 여러 부족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 정부가 탐탁치 않게 여길 것 같아 찌아찌아족 학교에 직접 보내기로 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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