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 떠나는 김용환…친정 굳히는 박태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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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민련 박태준 (朴泰俊.TJ) 총재가 친정체제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당 안팎에 배어 있는 '김용환 (金龍煥) 분위기' 를 씻어내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명예총재인 김종필 (金鍾泌.JP) 총리의 지원 아래 이뤄지고 있다.

9일엔 이긍규 (李肯珪.58.충남 서천) 의원을 원내총무로 사실상 지명했다.

총무는 의원총회에서 경선으로 뽑게 돼 있어 지명이란 모양새는 파격적이다.

李의원은 90년 민자당 시절부터 朴총재 주변에 있었다.

95년 자민련 창당 때는 가장 먼저 金총리 뒤를 따른 'JP맨' 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용환 의원에게 눌려 변변한 당직을 맡지 못했다.

朴총재가 한나라당으로부터 입당시킨 차수명 (車秀明) 의원은 정책위의장이다.

따라서 朴총재는 이제야 당 3역을 자기 사람으로 앉히게 된 셈이다.

다음주 초엔 이른바 '김용환의 사람들' 을 요직에서 배제하는 대대적인 사무처 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TJ가 여의도에서 점심을 하던 그 시간, 김용환 의원은 '13일간의 유럽 구상' 을 위해 김포공항 출국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그냥 쉬러 가는 것은 아니다" 고 각오를 보였다.

"그의 유럽 구상 속엔 9월 전당대회 때 朴총재와 당권을 겨뤄 보겠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는 게 측근의 귀띔이다.

이는 곧 JP에 대한 정면도전을 의미한다.

당중당 (黨中黨) 이나 신당 (新黨) 등 독자적 정치세력을 형성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나 야당의 다른 세력과 전략적으로 연대하는 방안도 검토사항이라고 한다.

이날 출국행사엔 의원 19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침울했다.

JP.TJ와 김용환 의원이 갈라서기를 할 때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전영기.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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