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주의, 문제는 정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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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일보 기획취재팀이 심층조사 분석한 '신지역주의 극복의 길' 의 결론은 '철저한 분권 (分權) 만이 지역소외를 해결한다' 에 모였다.

지역문제를 심화시킨 주범이 정치고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지역패권주의로

악용하면서 지역주의의 권력화 현상이 생겨났다.

여기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편중 인사가 단행되면서 정치권력의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감정' 차원을 넘어선 '주의' 로 우리 정치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지역문제를 푸는 핵심 고리는 권력분산에 있다는 결론이다.

우리는 지연 (地緣).지역감정.연고주의로 표현되는 지역주의의 실체를 제대로 찾지 못한 채 때로는 감정적으로 부풀리거나 때로는 의도적으로 은폐.축소.악용하기도 했다.

'신지역주의' 는 뿌리깊은 지역감정의 실체를 확인해 지난 과오를 새 천년에는 되풀이하지 않는 극복의 길을 찾자는 데 기획의도가 있었다.

6개월간 7회에 걸쳐 전국 4천3백여명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한국사회학회의 88년 조사 이래 최초의 본격조사다.

조사결과는 우려했던 영.호남 대립의식이 최근 크게 완화됐다는 새로운 변화를 알려준다.

특히 호남의 반 (反) 영남 정서가 DJ집권 이후 급속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영.호남 대립이 전통과 습관의 차이에 따른 역사적 대립이 아니라 군사정권의 장기화와 광주항쟁 이후 쌓인 정치적 대립감정이고 이 감정이 정권교체에 따라 크게 완화됐음을 말해준다.

특히 라이프스타일 조사 결과 영.호남간 차이보다 경남북간 의식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까 지역주의란 생활의식의 차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대립감정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지역간 경제적 불균형이 산업화과정에서 심화되긴 했지만 최근 지역간 1인당 총생산이 비슷해지면서 지역간 경제적 불균형을 지역주의 원인으로 꼽을 수 없게 됐다.

지역주의의 원인과 처방은 결국 정치개혁에 모인다.

전문가들은 중앙의 권력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고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도입해 국회의 행정부 견제를 강화하고, 검찰독립을 통해 사법부 권한을 늘리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장.차관으로 분산하는 제도적 장치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 정가엔 새 인물 영입이 경쟁적으로 전개되고 있고 전직대통령의 정치재개 움직임마저 나돌면서 '후3金' 불가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지역감정 심화로 오늘의 지역분할 정치판이 이뤄진 것이 '3金시대' 였다고 할 수 있다.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21세기의 새 정치로 나아가기 위해선 3金 모두 지역패권주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저항적 지역주의를 배경으로 탄생한 김대중 (金大中) 정부는 과감한 정치개혁을 통해 스스로 지역적 패권주의를 극복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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