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를 재평가한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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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장보고를 ‘해상왕’이라고 칭한 사람은 육당 최남선이다. 최남선은 1929년 잡지 ‘괴기(怪奇)’에 ‘일천년전 해상왕 신라 장보고’라는 제목으로 처음 소개했다. 그는 “신라 해운의 영광을 표상하는 천고의 위인”으로 평가했다. 장보고에 대한 국내 역사자료는 많지 않다. 장보고는 정사에 왕권을 위협한 반역자의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 장보고의 활약상을 알 수 있는 문헌으로는 엔닌이 쓴 ‘입당구법순례행기’와 당 말기의 시인 두목의 ‘번천문집’이 있다. 엔닌은 일본에서 당에 간 838년부터 9년 반에 걸친 고난과 수련을 거쳐 일본으로 돌아오기까지의 행적을 일기로 정리했다. 에드윈 라이샤워 전 하버드대 교수는 1955년 ‘엔닌의 당 여행기(Ennin’s Travels in T’ang China)’라는 제목으로 엔닌 일기를 영역했다. 라이샤워는 장보고를 ‘9세기 신라인들의 해상활동의 중심축’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장보고가 ‘당·일본·신라에 걸친 해상 상업제국의 무역왕’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이 장보고에 관심이 컸다. 1981∼83년 이 회장 비서팀장을 맡았던 정준명 전 삼성재팬사장은 “바다를 통해 중국·동남아까지 활발히 다녔던 장보고의 정신을 이어받아 해상무역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이 회장은 수차례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도 장보고 기념사업회가 출범한 99년 장보고 연구를 위해 10억원을 기부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아버지(이병철 회장)는 우리나라에 왜 장보고 동상이 없는지 늘 궁금해 하셨다”며 “장보고가 ‘창업의 거장’이라는 점에서, 또 뜻을 세계제일에 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장보고 재조명에 가장 적극적이다. 98년 학계 및 관련업계 인사 100명으로 구성된 ‘해상왕 장보고 재조명 평가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장보고는 세계화를 실천한 ‘한국 제1호 종합무역상사’이자 무역입국 전략을 실천에 옮긴 전략가”라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17대 대선 후보였던 2007년 12월 10일 선거유세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장보고를 내세웠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리더는 장보고와 같은 글로벌 리더”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팀장=김시래 산업경제데스크
▶취재=김문경 숭실대(역사학) 명예교수, 천인봉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 사무총장, 김창규·염태정·이승녕·문병주·강병철 기자
▶사진=안성식·오종택·변선구 기자

<도움말 주신 분들>

▶강봉룡 목포대 교수(역사문화학)▶권덕영 부산외국어대 교수(역사학)▶김용한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장▶김종식 완도군수▶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김진숙 박사(성균관대 강사, 차학)▶김호성 서울교대 교수(전 총장, 윤리교육학)▶김희문 전 완도문화원장▶마광남 고선박 연구가▶박남수 국사편찬위원회 자료정보실장▶서영교 중원대 박물관장(역사학)▶윤명철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역사학)▶이승영 동국대 교수(국제통상·전 한국무역학회장)▶이원식 한국해양대 명예교수(원인고대선박연구소 소장)▶이주승 완도군청 학예연구사▶이창억 울산과학대 교수(해양조선학과)▶정준명 전 삼성재팬 사장(고 이병철 회장 전 비서팀장)▶정필수 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조범환 서강대 박물관 교수(역사학)▶최장현 국토해양부 제2차관▶한창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황상석 뉴시스 광주전남취재본부장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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