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라이언 킹'] 1. 이승엽의 어린 시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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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이승엽 43호 홈런新 쐈다

이승엽 (삼성) 이 2일 대구구장에서 문동환 (롯데) 을 상대로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는 43호 홈런을 기록했다. 한반도를 뒤덮은 먹구름을 뚫고 최다홈런의 신화를 만든 스물세살 아름다운 청년 이승엽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한번도 야구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는 자신의 말처럼 이승엽은 실패를 모르고 자란 청년이다. 대구 중앙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한 야구는 그에게 늘 자랑거리였다. 또래들 중에서는 늘 제일 잘했고 한 학년 위 선배들에게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 이승엽은 한번 마음먹으면 꼭 자신의 뜻대로 해내고야 마는 '고집불통' 이었다. 2남1녀의 막내로 태어나 늘 귀여움을 받고 자란 탓도 있지만 승부욕이 유난히 강해 지고는 못살았다.

유명 메이커의 운동화를 사달라고 시위하느라 1주일 동안 한마디 말도 안한 적이 있고 야구 하지 말라고 말리는 부모님을 설득할 때는 책가방을 팽개친 적도 있다. 그렇게 한달을 졸라 야구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이승엽은 그렇게 자랐다. 고집불통에다 우쭐대기 좋아했지만 뭐든 잘했다.

중앙초등.경상중을 거치면서 투수로는 에이스였고 타자로는 4번타자였다.

자기가 항상 최고였고 주위의 관심을 몰고다녔다.

그러나 지금의 이승엽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표본이다.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고 말수도 적다. 대화를 나눌 때도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쪽이다. 우쭐대기 좋아하던 그 성격은 어디로 갔을까.

이승엽은 "고2 때 허리를 다쳤다. 석달 동안 꼼짝도 못했다. 누워있는 동안 성격이 달라졌다. 나 혼자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내성적으로 변했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고 달라진 배경을 설명했다.

허리부상을 이겨낸 이승엽은 탁월한 기량에다 한결 성숙해진 정신력을 바탕으로 다시 고교 최고선수의 자리를 되찾았다. 이승엽은 94년 캐나다에서 벌어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정상으로 이끌며 화려하게 고교야구를 마감했다. 그리고 성인야구에 뛰어들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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