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역주의] 5. 지역감정 주범은 정치

중앙일보

입력 1999.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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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가 지역주의를 조장해온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연재에서 서울과 지방 사이의 경제적 격차는 벌어지고 있지만 각 지역 사이의 격차는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줬다.

문제는 서울. 모든 경제적 재화와 정치적 권력이 집중된 서울의 패권을 둘러싸고 지역갈등이 시작됐으며 엘리트 충원과정에서 지역 패권주의 양상이 지속됐다.

특히 정치권은 이를 각 지역으로 확대재생산해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다.

최근에는 영.호남의 대결이 약화되는 대신 모든 지역이 경제적 불이익을 앞세워 소외감을 드러내면서 지역감정은 다원화.세분화되는 경향마저 보인다.

여기에 편승해 지역주의적 정치가 더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그러나 이젠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정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주의에 편승해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해온 정치가 더 이상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세력의 청산과 생산적인 정치를 창출하기 위한 정치개혁이 지역주의 극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지역갈등.지역차이가 생긴 이유에 대해 '정치인의 지역감정 악용' 이란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같은 지적에는 지역별로 거의 차이가 없다.

지난 3월 한국사회문화연구원이 사회지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치인이 지역감정을 조장한다' 에 대한 긍정응답이 90.2%나 나오기도 했다.

정치가 지역감정과 대립을 심화시켜온 사실은 선거결과에서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 30여년간의 대통령선거 결과를 보면 점점 지역주의 투표성향이 강화돼온 것을 알 수 있다.

박정희 (朴正熙) 후보가 처음으로 등장한 63년 5대 대통령 선거까지만 해도 투표의 지역연고주의 경향은 약하다.

박정희 후보는 영.호남에서 고른 득표를 했다.

오히려 전남지역의 득표율이 경남지역보다 높았다.

당시 선거양상은 지역갈등이라기보다 도농간의 차이, 여촌야도 (與村野都)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도시지역이 야당후보를 지지하고, 농촌지역이 여당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문제는 이같은 여촌야도 현상이 점점 사라지면서 지역연고에 의한 투표성향이 강해지기 시작한 점이다.

67년 6대 대선에서 박정희 후보에 대한 영남지역의 지지율은 5대 대선 당시보다 10%나 올라갔다.

그러나 호남에서의 지지율은 떨어졌다.당시 윤보선 (尹潽善) 후보가 '호남 푸대접론' 이란 말로 호남지역의 정서를 건드린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당시만 해도 영.호남간의 지역격차나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이라 이같은 주장이 큰 반향을 일으키진 않았다.

영.호남간의 균열이 심각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7대 대선에서 영남출신 박정희 후보와 호남출신 김대중 (金大中) 후보의 접전 때부터다.

득표율을 보면 박정희 후보가 영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김대중 후보는 호남에서 60% 이상씩 얻었다.

71년 대선과정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는 영.호남 대립양상을 초래했다.

당시 지역감정은 박정희 후보측의 찬조연사들이 주로 부추겼는데 "전라도 사람들 똘똘 뭉쳤으니 우리 (경상도) 도 뭉치자" 는 식이었다.

13대 대선 득표율을 보면 노태우 후보 = 경북, 김영삼 후보 = 경남, 김대중 후보 = 호남, 김종필 후보 = 충남이라는 도식이 확연히 드러난다.

92년 14대 대선에서도 양상은 마찬가지다.

김영삼 후보가 영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호남에서의 김대중 후보 지지율은 13대보다 더 올라가 평균 91%나 된다.

14대 대선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정주영 (鄭周永) 후보가 강원도에서 34.1%를 득표한 사실이다.

북한의 금강산부근 (강원도 통천) 출신임을 내세우며 '강원도 무대접론' 을 호소, 괄목할 만한 지역표를 얻은 것이다.

영.호남만 아니라 최근 지역적 소외감이 증폭돼 신지역주의를 주도하고 있는 강원.충청지역 역시 연고를 찾을 수 있는 후보가 나타나면 연고주의 투표의 경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밀레니엄 기획취재팀 = 김창호.오병상.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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