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중매' 너무 가볍다…남녀만남 프로 신설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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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1일 오전 방송된 MBC '사랑의 스튜디오' 의 시청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짝을 찾으려고 출연한 고모 (24) 양이 전날 (31일) 방영된 SBS '남희석.이휘재의 멋진 만남' 에 나와 한 남성에게 구애를 했기 때문이다.

고양은 '…멋진 만남' 의 한 코너인 '청춘의 찜' 에서 평소 눈여겨 봐뒀다는 유모씨에게 프로포즈를 했던 것. 당연히 PC통신에는 항의가 빗발쳤다.

"연예인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 이틀 연속으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냐" "TV가 일개인의 데이트공간인가" 등 비난도 다양했다.

당혹스럽기는 방송사도 마찬가지. MBC '사랑의…' 측은 이 프로그램의 녹화가 SBS '…멋진 만남' 보다 3일 빠른 21일 녹화했기 때문에 고양의 '겹치기 출연' 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멋진 만남' 쪽은 고양이 3주전 PC통신을 통해 신청해와 출연시켰을 뿐 다른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최근들어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청춘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편성하면서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들 프로그램 외에도 SBS '기분 좋은 밤' 의 '결혼합시다' , KBS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중 '이브를 찾아라' 와 9월 중 다시 시작하는 '서바이벌 미팅' 코너 등도 비슷한 구성. 아예 '구애' 만을 다루는 프로그램인 MBC '이브의 성' 도 1일 첫선을 보였다.

이 프로는 거리에서 자신의 이상형을 찾는 '거리愛서' 등 세개의 코너로 구성됐다. 모두 즉석에서 낯선 사람과 연인 관계를 맺을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사랑의 감정을 적극 표출하는 신세대의 가치관을 보여주겠다" 던 방송사측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남녀관계를 왜곡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YMCA 시청자 시민운동본부 황자혜 간사는 "1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상대방과 연인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결정한다는 것이 무리" 라며 "시청률만 신경쓰는 지극히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 이라고 비난했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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